펀드 열풍 속에서도 특정금전신탁이 꾸준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의 특정금전신탁 잔액은 2005년 말 28조원에서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45조6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이는 금리 상승기에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자산가들의 투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작년 7월 법인MMF(머니마켓펀드)에 대한 익일매수제가 도입되면서 수시입출금에 제한을 받게 된 기업 자금이 MMF를 이탈해 특정금전신탁에 둥지를 튼 점도 한몫하고 있다.


◆펀드 VS 특정금전신탁

특정금전신탁은 고객이 자신의 투자 성향이나 투자 목적,투자 기간 등을 고려해 운용자산을 직접 지정하는 상품이다.

식당에서 메뉴를 고르듯 판매기관에서 제시하는 채권 주식 파생상품 등의 투자자산 중 입맛에 맞는 몇 가지를 고객이 직접 고른다.

고객이 직접 투자하는 형태이지만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적극적으로 신용위험을 관리해 준다.

특정금전신탁은 간접투자이고 실적배당 상품이란 점에선 펀드와 비슷하다.

펀드와 마찬가지로 운용실적에 따라 수익이 달라지며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

하지만 여러 고객으로부터 돈을 받아 운용하는 펀드와 달리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맞춤식으로 운용이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개인이 혼자 가입하는 단독펀드로 보면 된다.

단독펀드의 특성상 신탁금액이 최소 2000만원에서 보통 1억원 정도로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펀드에 비해 고액이다.


◆보수적인 자산가 선호

특정금전신탁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와 안정성에 있다.

기본적으로 채권과 주식 등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짜기 때문에 정기예금에 비해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한다.

특히 CP(기업어음)나 채권에 투자하는 특정금전신탁이 많기 때문에 금리 상승기에 인기가 높다.

또 펀드형 상품은 만기 때 거두는 수익률이 불확실하지만 특정금전신탁의 경우 투자하는 채권의 만기와 신탁 기간을 맞춘다면 가입시점에서 만기 때 받는 배당률이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불확실한 금융환경에 적합하다.

하루짜리 콜론에 투자하는 콜특정금전신탁에서부터 CP에 투자하는 3개월짜리,ABS(자산유동화증권) 등 채권에 투자하는 장기상품까지 만기가 다양한 점도 매력이다.

따라서 정기예금보다는 높은 금리를 원하지만 다소 보수적인 투자성향의 자산가들이 선호한다.

외환은행 신탁부 이민석 전문역은 "특정금전신탁은 주식형 펀드보다는 위험이 적고 정기예금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며 "특히 주식시장이 불안하고 단기금리가 상승할 때 투자 매력이 돋보이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진화하는 특정금전신탁

은행들은 2004년 7월 불특정금전신탁의 신규 취급이 금지된 이후부터 특정금전신탁 상품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또 2005년 12월부터 증권사에도 신탁 업무가 허용되면서 진화된 특정금전신탁 상품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외환은행은 최근 인터넷 이용자가 직접 만든 동영상이나 사진 등을 온라인상에 올리는 것처럼 고객이 개별주식을 직접 선정해 운용을 지시하는 'UCC 트러스트(주식형 특정금전신탁)'를 출시했다.

국민은행은 우량종목을 하락시 매수하고 상승시 매도하는 분할매매 시스템을 통해 매매차익을 누적해 가는 'KB파도타기 특정금전신탁'을 판매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하루만 맡겨도 연 4% 대의 수익률을 돌려주는 '수시입출식 단기특정금전신탁'을,하나은행은 국민주택1종채권과 서울도시철도채권 등 분리과세가 되는 채권에 투자하는 '신솔로몬신탁'을 각각 판매 중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