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硏, 6년만에 국산화.. 외국산의 절반가격에 공급가능
직경 1.1㎜ 초소형, 자궁경부.식도.요도.전립선 등 종양 근접치료

자궁 경부와 식도, 직장, 요도, 전립선 등에 생긴 종양에 집중적으로 방사선을 조사(照射)해서 암을 치료하는 방사선 근접치료용 '이리듐(Ir)-192 소형 밀봉 방사선원'이 완전 국산화됐다.

한국원자력연구소(소장 박창규) 동위원소연구개발부는 2000년부터 6년여의 연구개발 끝에 각종 종양의 방사선 근접치료에 사용되는 '이리듐(Ir)-192 소형 밀봉방사선원'을 완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해온 소형 밀봉 방사선원의 수입을 대체하고 수출도 가능해졌으며 국내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원자력연구소는 이 제품에 대해 국제표준화기구(ISO) 및 과기부 고시에 따른 안전성 시험을 통과, KOLAS(한국교정시험기관인정기구) 인증서를 취득한 데 이어 과기부의 특수형 방사성 물질 설계 승인을 얻어 이리듐-192 소형 밀봉방사선원의 상용 공급을 위한 기술적인 준비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방사선 근접치료란 종양 조직 자체나 조직 강내(腔內)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직접 집어넣어 정상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종양에만 집중적으로 방사선을 조사하는 치료법을 말한다.

선원과 가까운 종양에만 다량의 방사선이 조사되고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정상 조직에는 적은 선량이 도달돼 정상조직의 손상을 피하면서도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방사선량이 높은 이리듐-192 선원과 이를 담는 캡슐을 소형화하면서 캡슐의 밀봉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아 이리듐-192 소형 밀봉방사선원은 그동안 전량 수입됐었다.

이번에 개발된 국산 제품은 선원의 크기가 0.5㎜×3.5㎜이며 캡슐 포함한 전체 선원의 두께가 1.1㎜에 불과한 초소형이다.

원자력연구소는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에서 방사성 동위원소 이리듐-192를 생산, 방사선 차폐공간인 핫셀(hot cell)로 옮겨 스테인리스 캡슐에 삽입한 뒤, 레이저 용접으로 밀봉하는 단계를 거쳐 생산했다.

이리듐-192 밀봉 방사선원은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요원이 방사선에 노출되지 않도록 원격으로 조정되는 원격후장전체계(HDR RALS)를 갖춘 근접 방사선 치료기에 장착돼 각종 종양의 방사선 근접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

자궁경부암, 식도암, 설암, 비인강암, 비인두암 등 외부로부터 비교적 쉽게 도달할 수 있는 부위의 암이 주된 치료대상이다.

방사성 동위원소인 이리듐-192가 내놓는 약 10 Ci(큐리)의 감마선을 이용해 종양을 치료하게 된다.

현재 국내에는 이리듐-192 선원을 내장한 근접 방사선 치료기가 약 60여개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이리듐-192의 반감기가 74.2일로 짧아 3∼6개월마다 새로운 선원으로 교체해야 한다.

교체 비용이 선원 1개당 약 1만 달러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전량 뉴클트론, 감마메드 등 외국 회사에 의존해왔다.

원자력연구소는 수입 제품의 절반 가격으로 이리듐-192 선원을 공급함으로써 대국민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하나로와 동위원소 생산시설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소 박울재 동위원소연구개발부 선임연구원은 "현재 근접 방사선 치료기를 제조하는 외국 업체에 선원 수출을 타진중"이라면서 "향후 국내에서 근접 치료기가 개발되면 더욱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 기자 j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