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과학자가 수면 부족이 인간 뇌에서 기억을 처리하는 기능을 현저하게 저하시키고 학습 능력도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임상시험을 통해 규명했다.

유승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시스템학과 겸직교수(하버드 의대 교수)는 수면이 부족하면 새로운 기억 생성을 관장하는 뇌 세포인 해마(海馬) 기능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fMRI(기능성 자기공명장치) 3차원 영상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연구 성과는 영국 과학저널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12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28명의 실험 대상자를 충분한 수면을 취한 그룹과 35시간 동안 수면을 취하지 못한 그룹으로 나눠 150장의 사진을 보여준 다음 이틀 후 다른 사진 속에 섞은 뒤 이를 기억하는 연구를 했다. 그 결과 충분한 수면을 취한 그룹이 그렇지 못한 그룹에 비해 평균 19% 정도 사진을 잘 기억해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이들 그룹 각각에 대해 뇌용적 전체의 fMRI를 촬영한 결과 수면 부족 그룹 피험자들의 뇌 해마 부위가 일시적으로 축소되고 기능이 저하하는 흔적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이 기능 저하는 결과적으로 새로운 정보와 기억을 저장시키는 데 장애를 일으킨다고 유 교수는 밝혔다.

유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일시적 수면 부족과 기억의 상관관계를 도출했지만 장기간 수면 부족도 인간의 기억과 전반적인 학습에 영향을 준다는 가능성을 비쳤다"며 "성장기 아동들의 무리한 과외 스케줄에 의한 수면 부족은 바로 생물학적인 학습 능력 저하를 낳을 수 있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2000년 미국 존스 홉킨스대 의용공학과를 졸업했으며 2001년부터 미국 하버드 의대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2003년부터 KAIST 바이오시스템학과 겸직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