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살고 있는 만삭의 임산부들이 줄지어 홍콩으로 건너가고 있다.

소위 말하는 원정출산을 위해서다.

홍콩언론에 따르면 작년 홍콩정부 산하 병원의 산모 3명중 1명은 대륙에서 온 사람이다.

중국 임산부가 급증하면서 홍콩의 산모가 제대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태에 이르게 되자 홍콩정부는 최근 긴급조치를 내렸다.

중국사람이 홍콩에서 아이를 낳으려면 과거보다 두 배 정도 많은 4만위안의 분만료를 내도록 했다.

중국 임산부의 홍콩 원정출산의 가장 큰 이유는 1가족 1자녀 규정을 피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아이가 홍콩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인구억제를 위해 한 가정에서 1명 이상의 자녀를 낳지 못하도록 한 정부의 방침을 합법적으로 피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중국당국은 농촌의 각 마을마다 인구제한위원회를 둘 정도로 산아제한을 강력히 시행하고 있지만 중국국민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13억 인구중 9억명이 농민인 중국사회에서는 다산과 남아선호사상이 아직 강하다.

아들을 낳기 위해, 혹은 자식 한 명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식 때문에 정부와 국민간의 숨바꼭질은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숨바꼭질은 중국사회에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24일 중국 인구 및 가족계획위원회는 "부자들이 이 규정을 꼭 지켜야 한다"고 부유층의 규정준수를 촉구했다.

한 가족 1자녀 규정을 어기면 5만위안(한화 600만원 상당)의 벌금을 물도록 돼 있다.

가난한 농민들에게는 일생동안 벌까말까한 큰 돈이지만,부자들에게는 아무런 부담을 주지 못하는 금액이다.

중국의 포털사이트에는 불공평함을 지적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끊이지 않는다.

게다가 사회의 불안요소가 되고 있기도 하다.

1자녀로 제한한 규정 때문에 두세 번째로 출생한 아이중에는 호적에 오르지 못한 소위 헤이후(黑戶)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헤이후는 법률상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어서 정규학교에도 들어가지 못한다.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이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생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