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 힐 차관보와 북한 외무성 김계관 부상이 지난 16일부터 사흘 동안 가진 베를린 회동에서 6자회담을 재개(再開)키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어제 방한한 힐 차관보가 이번 회동이 "매우 유용했다"고 평가했고,북한 외무성도 '일정한 합의'가 있었다고 발표한 것만 보아도 상당한 성과를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6자회담을 교착상태로 몰고간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계좌동결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가 이뤄지는 등 앞으로 회담이 탄력을 받을 조짐을 보이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특히 이번 회동은 북·미간 양자접촉으로 양국이 어느 때보다 전향적으로 현안 조율에 나섰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북핵 폐기를 위한 이행조치와 보상조치에 대해 북측은 BDA 문제에 대한 미국의 '성의'를 전제로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고,미국측도 수교 의사를 다시 확인한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잘 살려 나감으로써 보다 성과있는 6자회담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물론 이번 회동에 대해 북측이 금융제재 완화를 목적으로 제한된 타협의지를 보인데 불과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렇더라도 금융제재가 6자회담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만큼 회담 진전의 돌파구가 마련된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6자회담에서 북측은 스스로 변화된 모습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내도록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안된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이행조치 준수가 우선적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북측이 더 이상 시간끌기나 벼랑끝 전술을 되풀이한다면 회담 자체가 동력을 상실하면서 사태만 악화될 뿐이다. 6자회담 진전과 핵폐기를 통해서만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와 체제보장,경제적 실리(實利)도 얻어낼 수 있음을 북측은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