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체류하는 동안 글로벌 업계의 흐름을 파악하고 국내 경영진을 불러 논의를 거듭하면서 경영의 큰 틀을 짜온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올 봄부터 이와 같은 '해외경영'을 본격 재개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19일 "이 회장이 2014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을 위한 스포츠 외교와 경영구상 등을 위해 오는 4월 이후 해외출장에 나서게 될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일정이나 방문 대상국 등은 현재 조정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평창올림픽과 관련해서는 3월과 4월 IOC의 실사단이 한국을 방문하는만큼 이 기간에는 국내활동에 치중하고 그 이후에는 취약지역인 남미 등 해외활동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라면서 "오는 7월 개최지 선정을 위한 IOC 회의가 과테말라에서 열리지만 해외 현지에서의 유치 지원 활동은 그보다는 상당한 여유를 두고 앞서서 시작돼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이 회장의 바쁜 스케줄을 감안할 때 일단 출국하면 스포츠 외교활동만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현지의 석학이나 업계 지도자, 사업 파트너들을 만나 업계 흐름을 파악하고 사업구상을 하게 될 것임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체류당시 주요 임원들을 현지로 불러모아 장시간 토의한 끝에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는 말로 요약되는 '신경영'을 선언한 것을 비롯해 해외 체류시 경영의 큰 틀을 구상해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 최근들어 삼성에 본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부쩍 강조하고 있어 이번 해외체류 기간에도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내놓거나 현지 임원회의를 긴급히 개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연중 최소 2-3개월은 미국, 일본 등 해외에 체류하면서 현지 지인들을 만나고 개인적인 휴식의 시간도 가져 왔으나 2005년 9월 출국해 'X파일 사건'과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배정 논란 등 잇단 악재 속에 5개월을 해외에서 체류하다 지난해 2월 귀국한 이후에는 국내에만 머무르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올해에도 이 회장의 스포츠 외교 활동이나 해외경영은 오는 18일로 예정됐다 연기된 에버랜드 CB 사건 항소심 공판과 검찰 수사 등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에버랜드 사건 항소심 재판이 삼성 관계자들의 무죄로 결론이 난다면 이 회장은 좀더 자유로운 입장에서 소신껏 활동을 펼칠 수 있겠지만 반대의 결과가 나오고 검찰이 후속 수사를 위해 소환결정이라도 내린다면 아무래도 그의 행동반경이 위축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추왕훈 기자 cwhy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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