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 Money] 증시의 안전판, 기관투자가
“주식시장에서 기관투자가들이 좀처럼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매물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하며 제대로 방어막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고 코스닥 시장에선 오히려 팔자에 앞장서며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투신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올들어 지난 9일까지 5000억원 가량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지난 1월10일자 한국경제신문 기사의 일부분이다.

이 기사는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을 매각하면서 주가지수가 떨어지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처럼 주식시장에서 각 투자자의 움직임은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 주가 향방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 때문에 투자에 앞서 각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기사에 많이 등장하는 투자주체는 크게 기관,개인,외국인 등 셋으로 나뉜다.

이 중 특히 기관투자가들은 매년 불어나고 있는 투자자금을 바탕으로 증시에 끼치는 영향력이 한층 커져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개인 투자자들 중에는 기관투자자들의 종류와 역할에 대해 막연하게만 파악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기관투자가는 누구인지,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보자.


○같은 듯 다른 얼굴,기관투자가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기관투자가는 '유가증권에 대한 투자에 의하여 생기는 수익을 주요한 수익원(收益源)으로 하는 법인투자기관'을 뜻한다.

법인주주(法人株主) 또는 투자기관(投資機關)이라고도 하며, 일반인들의 예금,보험료,간접투자상품,연금 등을 통해 모아진 거액의 자금을 주식,채권 및 각종 상품 등에 투자한다.

각 기관에서 이런 투자를 맡는 사람들을 펀드매니저라고 부른다.

기관투자가들은 세부적으로 증권 보험 투신 은행 종금 연기금 일반법인 등으로 나뉜다.

증권사들은 회사 고유계정,다시 말해 자기 돈과 고객 신탁자금,즉 고객 돈을 가지고 주식에 투자한다.

회사 고유계정은 주식운용팀이 맡아 굴리며 이와는 별도로 고객이 맡긴 신탁자금은 랩어카운트(증권사 간접투자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고객에게 돌려준다.

은행과 보험도 트레이딩 부서나 자산운용부서 등을 통해 회사 고유계정의 자금을 증권시장에 투자하며 고객이 맡은 신탁자금(보험사는 변액보험 신탁자금) 중 일부를 주식에 투자하기도 한다.

보험사를 예로 들면 고객이 보험료를 내면 보험사는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돈(보험금)과 회사운영에 필요한 돈(사업비)을 뺀 나머지 잉여금(보험수지차)을 투자하는 것이다.

투자신탁회사들은 고객이 맡긴 신탁자금으로 펀드를 만들어 투자한다.

종금은 종합금융회사들과 상호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새마을금고 등까지 포함한다.

이들 역시 회사 고유계정의 자금으로 주식을 사거나 관련업법에 따라 고객 신탁자금 중 일정비율을 투자한다.

연기금은 국민연금,사학연금,공무원연금,우체국,군인공제회 등이다.

전체 기관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한다.

국내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의 경우 전체 수탁고가 190조원에 달한다.

연기금은 해당 기금 조합원들이 낸 연금으로 직접투자도 하고 연기금법에 의해 외부 운용사를 선정해 위탁운용하기도 한다.


○증시의 안전판 역할

기관 투자자들의 힘은 점점 세지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직접 주식을 사기보다는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1월 국내 주식형펀드 수탁고는 8조4872억원이었지만 2년뒤인 올 1월에는 47조원을 넘어섰다.

불과 2년 만에 5배로 늘어난 셈이다.

2005년초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들의 매매비중은 60% 선에 달한 반면,기관투자가들은 10% 선에 불과했었다.

하지만 개인들의 매매비중은 점점 낮아져 올해는 50% 이하로 떨어진 반면, 기관의 매매비중은 20~30%를 넘나들고 있다.

기관의 투자방식은 투자목적이나 기간에 따라 다양한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대개 고수익보다는 안정성에 목적을 둔다.

이 때문에 단기매매보다는 6개월 이상 중장기적인 매매를 선호한다.

또 1~2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기보다는 포트폴리오(투자종목 묶음) 전략을 구사하며 분산투자에 나선다.

투자자에 따라 각종 헤지(위험회피) 전략을 병행하기도 한다.

기관들은 이처럼 힘이 커진데다 중장기 투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증시의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기관들은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10조5420억원어치를 순매수(총매수액-총매도액)했다.

반면 외국인들은 지난해 10조753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또 개인은 3조원가량을 순매도했다.

결국 외국인들이 지난해 주식을 매각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지만 기관이 안전판 역할을 하면서 지수 하락을 막아준 셈이다.

고경봉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kgb@hankyung.com


[ 기관들, 해외서도 ‘귀하신 몸’ ]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해외에서도 ‘귀하신 몸’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 기관들의 해외시장 투자규모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관들은 국내 주식,채권 등에만 투자하기에는 자금 규모가 워낙 불어나자 재빨리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투자금액이 커질수록 한 시장에만 투자했을 경우 생길 수 있는 투자위험을 줄이기 위한 분산투자 필요성도 커진다.

특히 지난해는 국내 증시가 다소 침체됐던 반면,해외 증시는 대부분 고공행진을 벌이면서 해외투자를 부채질했다.

지난해 국내 운용사들이 설정한 해외투자펀드나 해외 운용사들이 국내에서 판매한 역외펀드가 날개돋힌 듯 팔린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특히 중국,베트남 등 이른바 ‘뜨는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대부분 수십%의 운용수익률을 기록,고객들도 짭짤한 재미를 볼 수 있었다.

국내 기관 중 최대 ‘큰손’이라고 할 수 있는 연기금에는 이들의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연일 해외 펀드운용사 임원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연기금들의 해외 투자는 투자국,투자대상 등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연기금은 기관투자가 가운데 가장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투자를 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해외 헤지펀드에도 투자하기 시작하는 등 해외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해외 직접투자를 강화하기 위해 해외에 현지사무소나 현지법인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