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 읽는 경제학]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 허용하면 안되나요?

한국경제신문 1월13일자 A3면

정부가 하이닉스반도체의 이천공장 증설 허용 여부 결정을 미루는 바람에 국민 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가 계속 미적거리자 해당 지역인 경기도 이천시 주민들이 증설 허용을 촉구하는 대규모 궐기대회를 연 데 이어 청주시 주민들은 이천공장 불허·청주공장 증설을 위한 대규모 집회를 계획 중이다.

여기에 경기도와 충청북도까지 가세하고 있어 자칫 하이닉스 문제가 수도권과 충청권 주민들의 감정싸움으로 비화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이재훈 산업자원부 산업정책본부장은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당초 이달 중순께로 예정했던 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장 신·증설 투자계획에 대한 정부 입장 발표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하이닉스가 변경된 투자계획을 제출하는 대로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가 최대한 빨리 검토해 추가검토를 완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준동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jdpow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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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반도체의 이천공장 증설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하이닉스 쪽에서 투자계획을 변경하겠다고 통보해옴에 따라 당초 이달 중순께로 잡혀있던 이천공장 증설 투자계획에 대한 입장 발표를 연기했다.

하이닉스 이천공장 투자 허용 결정이 연기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이에 따라 "수도권 내 공장증설은 예외적인 경우 외에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이후 '불허(不許)' 쪽으로 기울었던 이천공장 증설 프로젝트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양상이다.

물론 이천공장의 증설문제는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이천지역은 자연보전권역으로 지난 24년간 공장 증설이 허용되지 않았던 만큼,증설 허용 여부는 정부 수도권규제 정책의 향방을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더욱이 2010년까지 무려 13조원 이상이 투자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그 파급효과가 엄청날 수 밖에 없다.

하이닉스 공장 증설문제로 관련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지역 주민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환경단체 등,"국토 균형발전과 수도권 억제정책에 어긋나"

지역균형발전협의체와 환경단체 등은 이천공장 증설 프로젝트는 국토의 균형발전과 수도권 경제력 집중 억제라는 참여정부 정책의 기조에 어긋나는 것인 만큼 이를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정보통신과 교통이 발달하면서 공장입지나 지리적 요인은 더 이상 기업의 경쟁요소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기업들도 무리수를 동원하면서 까지 굳이 수도권 입주만 고집할 게 아니라 오히려 비수도권에 좋은 투자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로는 환경보전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증설 공장의 메모리반도체 미세공정에 구리가 사용되는데,현행법상 자연보전권역에 속해 있는 이천에서는 구리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환경부는 상수원 보호를 위해 이천공장 증설을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업계,"투자활성화 통한 일자리 창출이 더 중요"

업계는 국토 균형발전이란 명분이 우리의 당면 최대 과제인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우선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초미세 나노기술을 놓고 우리 업체와 미국 마이크론,일본 엘피다,대만 난야,독일 키몬다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 비춰볼 때 투자의 타이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더욱이 첨단정화 시설을 활용하면 구리 사용공정에서 배출되는 폐수를 일반 오폐수보다도 훨씬 더 깨끗하게 만들 수 있는 만큼 구리 사용 자체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런데도 우리 사정이 여의치 않아 투자시기를 놓친다면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으며,만약 해외에 공장을 짓게 된다면 기술유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전향적 자세로 증설허용 여부 신속히 결정해야

공장 증설과 관련한 갖가지 규제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절실한 기업투자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수도권 규제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국가 경쟁력과 잠재성장력이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까지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국토가 생산에 이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수도권 규제를 친시장적으로 개선할 것을 권고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정부가 기업환경 개선을 위해 선별적인 공장증설 허용 방침을 정해 놓고도 이를 지나치게 경직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국내외 기업이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으며,기존 업체 가운데 상당수가 해외로 떠날 움직임이고 보면 수도권 규제에 집착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 당국은 하이닉스가 새로운 투자계획을 제출하면 명확하고 투명한 기준과 원칙에 적용,최대한 빨리 이를 검토한 뒤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허용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수도권 규제를 신축적으로 운용함으로써 투자의 불씨를 되살려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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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수도권 공장 총량제=수도권의 과밀 현상을 개선하고,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해 1982년에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수도권내 연간 공장건축에 대해 연간 총허용량을 설정해 공장증설을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2006년에서 2008년중 수도권 공장건축 총량은 1224만㎡로 설정돼 있다.

원칙적으로는 총량규제를 받지만 개별사업 계획에 대해서는 타당성 검토를 거쳐 예외적으로 공장건축을 허용하고 있다.

◆자연보전권역=수도권정비계획법에서 규정된 것으로 한강수계(水界)에 속해 있어 자연환경보전이 필요한 지역을 말하며 이천 가평 양평 등이 대상이다.

◆과밀억제권역=인구 및 산업이 과도하게 집중되었거나 집중될 우려가 있어 이전이나 정비가 필요한 지역으로 서울 인천 등이 대상이다.

◆성장관리권역=과밀억제권역으로 부터 이전하는 인구 및 산업을 계획적으로 유치하고 산업의 입지와 도시의 개발을 적정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는 지역으로 파주 화성 등이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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