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업체들이 우량고객들에게 발송하는 카탈로그를 통한 판매 급증으로 본업인 TV 홈쇼핑보다 더 큰 재미를 보고 있다.

온라인 쇼핑협회에 따르면 카탈로그 쇼핑은 지난해 3분기 누계 기준으로 전년 대비 36.4% 성장,대형 마트·백화점·TV 홈쇼핑·인터넷 쇼핑몰 등의 성장률을 압도했다.

카탈로그 시장을 유일하게 앞선 유통 업태는 대기업들의 잇단 진출로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는 오픈 마켓(57.4%)뿐이다.

2002~2004년 16개 카탈로그 사업자들이 문을 닫았을 만큼 어려웠던 시절을 감안하면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로 변신한 셈이다.

카탈로그 쇼핑 시장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는 건 난립했던 부실 기업들이 정리된 이후 마케팅 파워를 갖춘 대기업 계열 홈쇼핑업체들로 시장이 재편된 데다 충성도가 높은 중·상류층 소비자들에게 초점을 맞춘 MD(상품기획) 구성 등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카탈로그 쇼핑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홈쇼핑 업체들은 카탈로그 판매의 빠른 매출 확대로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GS홈쇼핑의 카탈로그 매출은 2004년 1409억원에서 △2005년 1575억원 △2006년 1777억원(추정)으로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CJ홈쇼핑 역시 작년 3분기 누적 매출이 974억원으로 전년 한 해(976억원) 수준에 근접했다.

현대홈쇼핑도 2005년 90억원에서 지난해 약 3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노석 GS홈쇼핑 카탈로그 사업부 과장은 "카탈로그의 가장 큰 강점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것"이라며 "오랜 시간 천천히 살펴볼 수 있는 데다 구매 프로세스(과정)도 쉬워 중·장년층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TV 홈쇼핑사들의 정교한 고객 정보 분석도 한몫 하고 있다.

윤기영 CJ홈쇼핑 DB마케팅팀 과장은 "고급 용지를 사용하고 사은품 하나를 주더라도 고객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것들을 넣어 구매율을 높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노석 과장은 "오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살 사람을 정확히 짚어 내는 능력이 카탈로그 사업의 성패를 결정한다"며 "카탈로그 업체의 고객 데이터베이스 및 분석력은 국내 최고를 자랑한다"고 말했다.

카탈로그 사업에서 '재미'가 쏠쏠하자 TV 홈쇼핑사들은 증판 경쟁에 돌입했다.

GS홈쇼핑은 올 1월호 페이지 수(356페이지)를 작년보다 32페이지 늘렸으며 CJ홈쇼핑 역시 64페이지 늘려 올해 첫 호를 냈다.

노 과장은 "100부(권당 단가 약 2000원)를 보냈을 때의 구매 건수가 8건 정도로 반응률이 8% 수준"이라며 "2005년과 비교하면 2%포인트가량 높아진 수치이며 3%대인 인터넷 쇼핑몰 반응률(하루 방문자 수를 전체 구매 건수로 나눈 수치)과 비교해도 효율이 훨씬 높다"고 말했다.

신진호 GS홈쇼핑 홍보팀 과장은 "카탈로그 한 권에 담긴 상품 수가 1500~2000개로 입점 업체 수만도 1000~1500개에 이른다"며 "다른 유통 업태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아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제조업체들에 큰 힘이 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탈로그는 지난해 1억1100만부가 발행되는 등 인쇄업계에도 큰 일감을 주고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