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과 제도는 물론 기업문화까지 바꿔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창조적 발상과 혁신을 주문하면서 시대적 변화에 부응해 경영시스템과 제도를 개혁하는 것은 물론 기업문화까지도 과감하게 바꿀 것을 촉구했다.

이 회장은 또 반도체와 무선통신의 뒤를 이을 새로운 전략사업의 발굴 필요성을 강조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무에도 충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서울 지역 임원 등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그룹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통해 "어떠한 위기에도 흔들림 없는 기업, 미래에 도전하고 창조하는 기업, 고객과 사회에 믿음을 주는 기업이 돼 세계의 정상에 우뚝 서야 한다"면서 이를 위한 기본 원칙과 전략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지난 한해 경쟁국이 앞서가는 동안 우리는 답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올해 역시 북핵문제, 유가와 환율 불안, 해외기업의 견제 등으로 어려운 한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회장은 "21세기 디지털 시대를 맞아 안팎에서 밀려오는 변화의 파고는 높아지고 그 속에서 영원한 1등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삼성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우리만의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정상의 발치에서 주저앉을 것"이라고 위기감을 내비쳤다.

그는 그러나 "창조적 발상과 혁신으로 미래의 도전에 성공한다면 정상의 새 주인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를 위해 급변하는 국내외 여건과 사회의 흐름을 신속하게 읽고 미리 대응함으로써 위기를 최소로 줄이고 나아가 기회로 반전시키는 위기관리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아울러 "세계의 인재들이 삼성에서 마음껏 발상하고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경영시스템과 제도의 개혁은 물론 우리가 소중하게 간직해온 기업문화까지 시대적 변화에 맞도록 바꾼다는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 회장은 또 "실패와 창조는 물과 물고기기 같아서 실패를 두려워하면 창조는 살 수 없다"면서 실패를 받아들이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시대 1년의 변화는 아날로그 시대 100년의 변화에 맞먹는다"면서 고객과 시장의 흐름, 우리의 핵심 역량을 살펴 사업구조와 전략을 다시 점검하고 반도체, 무선통신의 뒤를 이을 신사업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해서도 언급하며 "삼성의 오늘이 있기까지 주주와 고객, 이웃사회의 도움이 적지 않았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특히 우리와 한 몸이자 경쟁력의 바탕이 돼 온 협력업체와는 공동체 관계를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추왕훈 기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