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인터넷 세상은 축제의 한마당 같았다.

네티즌은 과거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기만 하던 모습에서 탈피해 직접 만든 각종 콘텐츠들을 앞다퉈 내놓기 시작했고 인터넷 기업들도 동참했다.

그렇다면 2007년 새해 인터넷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까.

참여와 공유로 대표되는 웹2.0 정신에 가장 가깝다는 커뮤니티 사이트 '싸이월드'를 서비스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의 유현오 대표가 2007년 인터넷 세상을 전망했다.

지난해 미국 타임지는 올해의 인물로 '당신(you)'을 꼽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일반 대중이 디지털 혁명의 중심축으로 떠올랐다는 얘기다. 이는 제품이든 서비스든 정보통신(IT) 분야의 혁명을 몰고 올 주인공이 IT 회사나 제조업체가 아닌 소비자라는 것이다.

이처럼 2006년이 IT 비즈니스를 이끌어가는 이들이 일반사용자가 뭘 원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파악하고 여기에 맞는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기 위해 고심했던 해였다면,올해는 보다 다양한 사용자 참여형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이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나와 주목받게 되는 한 해가 될 듯하다.

아마도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지난해 꽤 많이 회자됐다. 글,사진,동영상 등 네티즌이 직접 만든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가리킨다. 얼마전 뉴욕타임즈에까지 소개되며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기타리스트 임정현씨가 바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인터넷 기업들은 지난해 UCC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을 구성하면서 관련된 서비스를 잇따라 출시했고 국내에서도 판도라TV,엠엔캐스트,아우라,아프리카,곰TV 등 많은 사업자들이 UCC 동영상을 서비스하고 있다. 2007년에는 UCC 서비스들이 어떤 수익모델로 연결시킬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닷컴 버블 이후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연구가 웹2.0의 출발이었듯이 현재의 웹2.0 바람도 결국 누가 어떻게 확고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느냐가 중요하다. 단지 과거와 다른 것은 비즈니스 모델이 그사이 멀티미디어로 진화했고 저작권 보호에도 신경써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쏟아지는 UCC 동영상은 영화,TV프로그램 등을 편집해 올린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저작권자는 동영상 서비스업체에 삭제를 요청하고 있으며 서비스업체 역시 사용자의 자정을 촉구하는 캠페인 등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불법 콘텐츠를 발견하는 즉시 삭제하는 상황이다.

앞으로는 보다 적극적인 방안 모색이 필요한 때이다. 국회차원에서도 저작권 관련 법제의 제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 업체들은 방송사 영화사 등 저작권 관련자들과 활발히 제휴를 맺고 있다. 단순한 짜깁기 콘텐츠가 아닌 저작권자와 서비스업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UCC 모델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이제는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갖춘 프로급 아마추어인 '프로튜어'가 등장하면서 이들이 만든 프로튜어 제작 콘텐츠(PCC)가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다. 화제성 위주인 UCC 시대가 가고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지식과 정보,재미가 버무려진 PCC 시대가 온다는 일각의 분석도 나온다.

여태까지 언어의 한계 때문에 인터넷 서비스가 해외로 나가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지,동영상과 같은 멀티미디어가 대세가 되면서 글로벌 진출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는 전 세계에서 일본이 가장 높은 이용률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을 정도다.

정리하자면 UCC 열풍은 우리 인터넷 기업들이 언어장벽을 극복하고 전 세계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할 것이다. 한편으론 글로벌기업과 공정 경쟁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를 위기로 전락시킬지,기회로 만들지는 우리의 몫이다. UCC를 통해 우리는 대중이 주체가 되는 건강한 사회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셈이다.

검색은 포털 사이트의 핵심이 됐다. 사람들은 궁금증을 포털 사이트에서 해결한다. NHN에서 서비스하는 네이버가 검색 1위를 달리게 된 것은 '지식in'처럼 검색 결과에서 부족한 콘텐츠를 네티즌의 참여를 통해 해결하는 사용자 참여형 서비스가 대중에게 먹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10월 세계적인 검색사이트 구글이 국내 진출을 본격 선언했다. 한국에서 잘 할지는 미지수다. 구글은 미국 검색 시장에서 54%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고 영국 55%,프랑스 82%,일본 30%,중국 19%를 자랑하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1%에도 못미치는 초라한 성적을 내고 있다. 그래서 구글이 아무리 검색기술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해도 앞으로 검색 서비스의 판도가 구글로 쉽게 넘어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구글이 최근 한국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고 우수한 기술인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국내 검색 시장의 특수성을 파악하고 좀 다르게 접근하려는 것으로 판단된다.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네이버가 성공할 수 있었던 동력을 검색기술보다는 기획이나 편집력 쪽이라고 가정한다면 검색시장에 뛰어든 후발 주자들에게도 기회는 열려있는 셈이다. 검색기술을 확보하고 국내시장에 최적화된 검색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현재 검색시장 판도가 충분히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앞으로 검색엔진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할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인터넷 콘텐츠는 그 중심이 텍스트에서 동영상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래서 검색 서비스 역시 웹 문서 검색에서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검색으로 중심축이 이동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동영상 검색은 동영상의 내용과 이미지를 분석해 검색 결과에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동영상의 제목이나 설명에 붙어있는 텍스트를 기반으로 엔진을 가동시키고 있다. 기계적으로 의미를 분석하고 처리하기 어려운 감성적 영역인 동영상 콘텐츠는 기존 검색엔진으로 소화하기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기존 검색엔진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앞으로 사용자가 동영상을 이용하고 평가한 것을 중심으로 한 '소셜 서치(social search)'가 필요하다. 또 인공지능을 통한 검색 역량 강화가 다른 축으로 커질 것이다. 사람 중심의 검색과 기계처리 중심의 검색,이 두 가지 축이 궁극적으로 하나로 결합해 발전할 것이다.

고백하건데 전국민의 3분의 1 이상이 쓰고 있는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실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사실 여태껏 인터넷 공간에는 정보를 독점하고 있던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 간에 정보의 빈부격차가 형성돼 있었다. 하지만 웹2.0 개념이 확산되면서 보통 사람도 주도권을 가지게 됐다.

인터넷은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역동적으로 바꿀 수 있는 또 하나의 '사회적 장(場)'으로 탈바꿈하게 된 셈이다. 현실 사회에서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오게 됐다. 이제 인터넷에서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열릴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소외받던 계층도 기회를 얻게 됐다.

이는 비단 국내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멀티미디어 콘텐츠는 언어를 알지 못해도 누구나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한 광고에 이런 게 있었다. 대한민국의 1등이 세계 1등이 될 수 있다고. 아직까지는 애석하게도 미국이 인터넷 관련 표준이나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은 IT산업에 있어서 빠르게 성장했지만 여전히 주변국이다. 인터넷산업을 이끌어가는 한 사람으로서 향후 세계 인터넷시장을 우리가 주도할 밑거름으로 마련하고 싶다. 글로벌 환경에서 우리나라가 경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물리적 장벽이 낮은 인터넷을 통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끄는 인터넷 문화가 바로 세계를 이끌 수 있는 문화가 될 수 있는 것. 우리의 경쟁력이 바로 세계 무대에서의 경쟁력이 될 수 있는 것. 그 정점에 인터넷이 있고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누구에게나 그런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