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프라하를 원한다.

카를교의 환상적인 야경,고색창연한 프라하 성은 체코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다.

그러나 프라하가 체코의 전부는 아니다.

차를 몰고 프라하를 벗어나는 순간 여행자들은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된다.

프라하의 턱없이 비싼 물가와 들썩이는 관광지 분위기를 뒤로 하고 허름한 국도를 달려보자.보헤미아의 유적으로 가득한 마을들을 여행하면 기대치 못한 기쁨을 맛보게 될 것이다.

▶화려한 온천마을 카를로비바리

카를로비바리는 신성로마제국 때부터 인기를 끌어온 온천마을이다.

프라하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국내 여행자들의 외면을 받아왔으나 오랜 세월 베토벤 모차르트 톨스토이 괴테 등 유명 인사들의 사랑을 받아온 명소다.

세련된 옛 시가지를 걷다 보면 도처에 세워진 광천지에서 사람들이 컵을 들고 물을 떠 마시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이곳의 온천수는 소화기 계통에 약효가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으므로 빨대 달린 컵을 하나 사서 동참해보자.100가지 넘는 약초가 들어갔다는 이 지역의 전통주 베커로브카(Becherovka) 역시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

서멀(Thermal)호텔의 야외 수영장에서 옛 시가지를 내려다보며 즐기는 온천욕 또한 독특한 체험이 될 수 있다.

▶보헤미안의 숨결이 살아있는 체스키크룸로프

시내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체스키크룸로프는 작지만 너무나 사랑스런 마을이다.

빨간 지붕들 위로 우뚝 솟은 동화 같은 보헤미안 성을 보기 위해 매년 많은 유럽인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파스텔톤으로 정교하게 장식된 이 성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사실은 전체가 벽화로 그린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중세 지하 술 창고를 개조한 레스토랑도 꼭 들러보자.체코의 대부분 마을들은 물가가 상당히 저렴하다.

1인당 5000원이면 동굴 속 레스토랑에서 기막힌 체코 요리를 즐길 수 있고,비수기에는 아침 식사가 포함된 깨끗한 펜션이 1박(2∼3인실)에 4만원밖에 안 한다.

▶맥주의 본고장은 독일이 아니라 체코다

맥주의 본고장 체코에서 양조장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세계 최초로 황금빛 맥주 필스너를 탄생시킨 필젠이나 버드와이저의 원산지 체스키 부데요비치에 가면 기막힌 체코 맥주를 맛볼 수 있다.

우리가 아는 버드와이저는 사실 미국에서 체스키 부데요비치의 원조 맥주를 모방해 만든 짝퉁이다.

몇 년 전 한국인 변호사가 체코의 부드바이저를 대리해 다국적 주류회사인 버드와이저를 상대로 소송을 내서 승리한 바 있다.

▶체코는 유럽에서 가장 저렴하게 스키를 즐길 수 있는 나라

유럽에서 체코만큼 저렴하게 스키를 즐길 수 있는 곳은 드물다.

리프트권,숙박비 모두 유럽 다른 나라들의 절반도 되지 않는 데다 적설량이 풍부해 뛰어난 설질을 맛볼 수 있다.

슈핀들레루브 믈린은 체코 최대의 스키장이다.

시설도 다른 체코 스키장들에 비해 잘 갖춰져 있고 슬로프 숫자도 많아 유럽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작고 아기자기한 스키 리조트를 원한다면 하라호프도 가볼만하다.

잘 보전된 자연 환경과 시골 사람들의 푸근한 인심이 너무나 매력적이다.

다만 제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체코의 산악마을을 여행하려면 스노체인을 챙기는 것이 좋다.

체코는 프라하를 제외하고도 볼거리가 풍성한 나라다.

특히 프라하 이외의 도시들 물가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저렴하기 때문에 아주 적은 경비만으로 넉넉한 여행을 할 수 있다.

시간적인 여유가 된다면 체코의 지방 소도시들을 찾아다니며 전통 요리와 생맥주들을 맛보는 미식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박범진 pineapple@hanafos.com
유럽 자동차여행 가이드북 '굴러라 유럽'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