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간부, 관련기관 개인희생 방조 주장

검찰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에 대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한 뒤 매각에 관여했던 기관들이 침묵하자 재정경제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은 2003년 변양호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이강원 외환은행장이 론스타와 공모해 외환은행을 헐값에 판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권오규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린다는 것이 행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으나, 재경부 내부에서는 "왜 외환은행 매각 당시 관련기관들이 당시 상황을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고 비겁하게 변양호 전 금융정책국장의 개인 비리로 몰아가게 놔두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경부에 20여 년 동안 몸담아 온 한 간부는 지난 7일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직후 "이제 당시 김진표, 전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 이정재 금감위원장님으로부터 외환은행 매각 당시의 판단 배경에 대해 공개적이든 비공개적이든 의미 있는 말씀을 들었으면 한다"로 시작되는 14 페이지짜리 장문의 이메일을 일부 언론에 보냈다.

그는 편지에서 "당시 관련기관 및 결재라인 상의 모든 사람이 혐의가 없다면, 어떻게 변양호만 혐의가 있을 수 있는지 공조직 운영시스템을 잘 알고 있는 입장에서 허탈하고 우습기까지하다"며 "2003년 7월15일 유관기관 대책회의에 참석한 기관들이 분명한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론스타에 매각한 것은 당시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로서 헐값 매각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하던지, 정말 당시 변양호 국장에 속아 헐값에 팔았다면 감독제도상 직무를 방기한 책임을 국민 앞에서 당당히 같이 지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그는 론스타로의 외환은행 매각이 당시로서는 불가피한 정책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당시 정책 목표를 시장의 조기 안정과 금융시스템의 위기요인 해소에 뒀기 때문에 수출입은행 관련 옵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 등 구체적 세부 계약 조건을 중요하지 않은 사소한 실무 문제로만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금융기관 구조조정 목적으로 조성된 공적자금의 사용이 2002년 말로 끝나 당시 새로운 금융불안 조짐이 금융감독 당국자 입장에서 엄청난 현안이었다는 점, 그런 상황에서 외부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정상화하는 방법으로 매각 외에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 없었다는 점, 론스타가 2002년 말 외환은행 인수의사를 표시한 뒤 1년 이상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국내외 어떤 기관도 외환은행 인수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또 그는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면서 대가성이 수반된 개인 비리가 있었다면 마땅히 처벌받아야 하지만 국민 정서를 무마할 목적으로 얽어 매어서는 안된다"며 이번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된 변양호 전 국장에 대한 검찰의 처분을 납득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검찰의 주장과 같이 외환은행이 보고펀드에 400억원을 투자 약정하게 된 것이 대가성이라면, 다른 금융기관이 출자한 것도 모두 대가성이라는 것이 입증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