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2일.황우석 박사와 복제배아 줄기세포 공동연구를 진행하던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가 느닷없이 황 박사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이후 사태는 급변에 급변을 거듭해 황 박사가 복제배아 줄기세포를 하나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충격적 결론에까지 이르렀다.

세계적으로 떠들썩했던 이른바 '황우석 사태'다.

이후 만 1년이 지난 지금 '황우석 사태'는 어떻게 매듭이 지어지고 있을까.

또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을까.

'황우석 사태' 이후 지난 1년을 돌이켜 보자.


○황 박사,동물복제 연구 재개…재판은 진행 중

황 박사는 지난 1월 논문조작 혐의로 서울대 교수직을 박탈당했으며 현재 사기와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 수사에서 환자맞춤형 복제배아 줄기세포는 애초부터 없었으며, 김선종 미즈메디병원 연구원이 이른바 '섞어 심기'를 통해 이 과정을 조작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원이 미즈메디 연구소에서 수정란 줄기세포를 몰래 가져다 서울대의 복제배아 줄기세포 직전 세포(배반포)와 섞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황 전 교수가 이런 결과를 토대로 2005년 사이언스 논문 작성 과정에서 각종 데이터와 사진의 조작을 지시한 것으로 결론 지었다.

지난 6월 첫 공판에서 황 박사는 자신은 줄기세포의 진실성을 확신했다며 국민을 속일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고,검찰은 국민적 사기극이었다고 맞섰다. 5개월 동안 6차례 공판이 열리는 동안 황 박사와 검찰의 법정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황 박사는 현재 법정에 나서는 것 외에는 일체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있다. 그는 최근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의 한 건물을 빌려 줄기세포 관련 연구소를 세우고 연구활동을 재개했다. 구체적인 연구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과학기술부에 제출한 법인 신고서에는 '동물 줄기세포 연구'와 '동물 복제 연구'가 주요 사업으로 돼 있다.

황 박사는 현재 인간 복제배아 연구는 진행할 수 없는 상태다.

2005년 발효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과 보건복지부 규정에 따라 논문 조작으로 인간 복제배아를 다룰 수 있는 자격이 박탈됐기 때문이다.

설사 자격이 있다 하더라도 '황우석 사태' 이후 여성의 난자를 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황 박사는 동물복제 연구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 사실상 중단

한국은 '황우석 사태'로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황 박사 이후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허가받은 연구자가 없다.

정부는 지난 5월 앞으로 10년간 총 4300억원을 줄기세포 연구에 투자한다는 '줄기세포 연구 종합추진계획'을 발표했지만 여기에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지원계획은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성체 줄기세포와 수정란 배아 줄기세포가 중점 지원된다.

성체 줄기세포와 수정란 배아 줄기세포는 복제배아 줄기세포에 비해 얻어내기는 쉽지만 복제배아 줄기세포에 비해 인체 장기로의 분화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에서 이렇다 할 성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세계 각국에서 황 박사의 몰락 이후 '세계 최초 복제배아 줄기세포 수립'이란 타이틀을 새로 따내기 위한 경쟁이 점차 가열되고 있다.

지난 6월 미 하버드대 연구팀은 체세포 핵 이식에 의한 인간 배아복제 실험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일본은 인간 배아복제를 금지하던 기존 규정을 개정,관련 연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호주 상원은 지난 7일 줄기세포 연구를 위한 인간 배아복제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김동욱 연세대 의대 교수는 "지금 당장은 아닐지라도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가 나중에 질병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의학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과학자는 없으리라 여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윤리학자,법학자,과학자,시민단체 인사 등이 모여 윤리와 법을 철저하게 준수하고 투명하게 연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뒤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강신익 인제대 의대 교수는 "복제배아 줄기세포는 수천 개의 난자를 사용하고도 단 한 개의 줄기세포를 만들어내지 못한 황 박사의 사례에서 보이듯 그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며 "연구 허용 문제는 먼저 과학적으로 그 가능성과 정당성을 평가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임도원 한국경제신문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van7691@hankyung.com



< 연구윤리 중요성 부각은 '소득' >

'황우석 사태'로 인해 잃은 것이 많지만 얻은 것도 있다.

학계나 사회적으로 연구자들의 윤리의식에 큰 경종을 울렸기 때문이다.

지난 8월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는 제자 논문 표절 시비로 낙마했고,연세대 공대·아주대 의대 교수 등이 논문 중복게재,데이터 중복사용 등이 문제가 돼 대학의 징계를 앞두고 있다.

이런 사건들은 분명 국내 학계의 고질병을 드러낸 것이긴 하지만 예전 같으면 그냥 넘어갔을 일이었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황우석 사태 이후로 학계의 도덕적 잣대가 더욱 엄격해졌다.

과학기술부는 '연구윤리·진실성 확보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이를 법규에 반영키 위해 대통령령인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서울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하대 포스텍 영남대 울산대 등 6개 대학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해양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16개 정부출연연구소가 연구진실성위원회를 설립했다.

과기부 규정에 따르면 총 57개 연구소와 대학이 연내에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과 교수는 "연구자들에게 과거의 비윤리적 관행을 타파토록 하고 더욱 강한 윤리적 잣대를 요구하는 것은 사회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