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숙-이슬기-하늬 모녀, 뉴욕 카네기홀서 공연

"화목으로 빚은 하모니 기대하세요"

"올해 어려운 일이 많았는데 잘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가족이 화목으로 빚어내는 하모니를 기대해주세요."

문재숙(53) 이화여대 교수와 딸 이슬기(25ㆍKBS 국악관현악단 단원)-하늬(23ㆍ2006 미스코리아 진)씨가 가야금을 들고 한 무대에 선다.

세 모녀는 다음달 8일 세종체임버홀과 16일 뉴욕 카네기홀 내 잔켈홀(644석)에서 가야금 삼중주를 선보인다.

가야금 삼중주곡 '가야의 노래'(이준호 작곡) 등을 연주할 예정. 어머니가 작곡한 가야금 병창 '예수탄생'을 딸들이 연주하기도 한다.

문 교수는 가야금 산조 인간문화재이며, 슬기 씨는 올 초 가야금 크로스오버 음반을 냈다.

하늬 씨 또한 서울대 대학원에서 가야금을 전공하고 있는 예비 국악인이다.

진학 준비에 바빴던 막내 권형(18) 군도 얼마 전 추계예술대 수시모집에 합격해 가야금 사중주곡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14일 문 교수가 대표로 있는 기독 국악인들의 모임 예가회의 사무실(서울 서초동 소재)에서 만난 세 모녀는 "오랜만에 얼굴을 맞댈 수 있어 좋다"고 입을 모았다.

전에는 한집에 살고 있는데도 각자 일정 때문에 하루 한 번 얼굴 마주보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밤 12시라도 셋만 모이면 매일같이 가야금을 가져와 호흡을 맞춰본다.

문재숙-이슬기-하늬 모녀, 뉴욕 카네기홀서 공연

연습은 때로는 새벽녘까지 이어지고, 슬기 씨는 급기야 감기에 걸려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올해는 이들에게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한 해였기에 이들이 가족 음악회를 여는 감회는 남다르다.

하늬 씨는 합성 나체사진 협박범 때문에 한동안 마음 고생을 했고, 슬기 씨는 난 데 없는 결혼설에 휩싸였다.

문 교수에게는 사채업을 한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고.

"우리 가족이 힘든 일들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끈끈한 가족애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게다가 요즘 해체되는 가정도 많다고 하잖아요.우리 가족의 모습이 어려운 처지에 있는 가정에 조금이라도 힘이 됐으면 좋겠어요."(문재숙)

"사람들은 제가 가야금으로 무대에 서는 것이 이상하다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미스 코리아로만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낯설어요.미스 코리아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꿈은 어머니처럼 훌륭한 연주자가 되는 것이었거든요."(이하늬)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일이 이제 한 달 앞으로 다가왔네요.정통국악 뿐 아니라 퓨전음악까지 다양하게 준비해서 국악을 처음 접하는 분들도 즐기실 수 있을 거예요.또 세 명의 독특한 개성이 음악으로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도 기대해주세요."(이슬기)

세 모녀는 사이가 좋지만 성격은 제각각이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 할 수 있을까.

문 교수가 한 자리서 진득하게 한 우물만 파는 성격이라면 하늬 씨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정신이 강하다.

슬기 씨는 학창 시절 연주에서나 공부에서나 영재라는 소리를 들었고, 감성이 발달해있다.

문 교수의 남편 이상업(59.국정원 2차장) 씨는 무대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문 교수는 남편을 두고 "이번 음악회가 있게 한 버팀목"이라고 말했다. 슬기 씨가 국악고 재학 시절 학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자 문 교수가 남편에게 "(당신처럼) 고시를 시켜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자 남편은 "그럼 공부 못하는 사람만 국악을 해야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하늬 씨가 미스 코리아가 됐을 때도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내 딸을 가야금 연주자로 키웠다"라고 말했다고.
세 모녀가 함께 무대에 선다는 점은 세종체임버홀 공연이나 뉴욕 공연이 같지만 그 의미는 조금 다르다.

세종 공연은 세 명이 공동주연이 되는 가족음악회, 뉴욕 공연은 어머니 문 교수가 주인공이 되는 독주회 성격이다.

세종 공연은 문 교수가 2-3년 전부터 구상해오던 것이다.

두 딸이 시집가기 전에 추억이라도 만들어주자는 뜻에서다.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주는 메시지도 들어있다.

'있잖니, 음악은 너희를 행복하게 해줄 거야. 행복하라는 숙제밖에 없어'라는 다소 긴 타이틀이 바로 그 메시지를 대신하고 있다.

공연 수익금은 모두 장학금으로 기부한다.

스태프를 포함해 약 25명이 참가하는 뉴욕 공연은 문 교수가 김죽파류 산조 계승자로서의 진면목을 선보이는 자리다.

문 교수가 인간문화재 지정 이후 독주회를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 또 어머니가 세계 무대에 먼저 선보임으로써 자식들에게 길을 터준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한국인보다는 현지인들 위주로 초청해 가야금 독주 '어메이징 그레이스', 가야금 중주 '할렐루야' 등으로 우리 악기의 아름다운 음색을 서양인들에게 소개한다는 계획.

문 교수는 "이벤트성 행사로만 비치지 않도록 깊이 있는 연주를 선보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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