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昶鎬 < 주택금융공사 부사장 >

효율적인 주택금융제도는 주택담보대출이 이뤄지는 제1차 시장과 주택대출 채권의 유동화(securitization)를 통해 대출소요 재원을 공급하는 제2차 시장,그리고 유동화된 증권이 거래되는 자본시장이 유기적으로 발달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제1차 시장은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200조원을 상회할 정도로 양적으로 급성장했으나 제2차 시장과 자본시장은 여전히 크게 뒤처져 있다.

제2차 시장의 발달 미흡으로 주택대출 재원(財源)을 주로 단기예금이나 금융채 발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단기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주택금융제도가 고착됐다.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장기자본 조달이 원활히 이뤄져 '자산-부채'의 기간 불일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하지만 제2차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단기변동금리 위주로 대출을 운영해 온 것이다. 현재 은행권의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98%가 변동금리일 정도로 우리의 주택금융 구조는 금리상승 등의 충격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정부는 변동금리 편중 현상을 시정하기 위해 2004년 주택금융공사를 설립해 주택담보대출의 유동화 제도를 본격 도입했다. 이 제도 도입 이후 공사가 유동화 조건부로 은행 보험사 등을 통해 장기고정금리 모기지론을 공급하고 이를 기초자산으로 약 8조원 규모의 주택저당증권(MBS·mortgage backed security)을 발행함으로써 비로소 제2차 주택금융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유동화 실적은 전체 주택담보대출 규모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채권시장에서 MBS 거래실적도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특히 각 은행이 판매하고 있는 자체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일부 은행이 해외에서 이를 기초로 MBS를 발행한 예는 있으나 국내에서 MBS를 발행해 대출재원을 조달한 실적은 전무(全無)하다.

은행들이 국내시장에서 MBS 발행을 통한 주택대출 재원조달을 외면해온 것은 장기간 풍부한 유동성이 지속되는데다 주택대출 확대를 통한 몸집 불리기 경쟁을 벌이다 보니 대출채권을 유동화하기 보다는 보유한 후 예대(預貸) 금리차를 취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감독 당국이 '가계대출제도 및 관행 개선협의회'를 구성해 주택담보대출의 과도한 변동금리 편중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은행들이 자체 개발한 고정금리 주택대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은행권이 출시한 이러한 장기고정금리 주택대출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려면 MBS 발행 및 유통시장의 활성화가 전제돼야 한다. 그래야 자금조달과 운용 간의 불일치로 인한 리스크를 헤지하면서 고정금리 대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

MBS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먼저 은행들로 하여금 현행 유동화제도를 적극 활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주택금융공사를 이용한 MBS 발행시 공사의 원리금 지급보증으로 최고 신용등급(AAA)을 획득할 수 있고 발행등록,자산실사 등 절차도 간편해 은행단독 혹은 공동으로 MBS를 발행하는 경우보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MBS 발행을 위한 대출채권 매각시 우려되는 자산규모 축소문제는 주택대출채권과 MBS 발행의 스와프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이 경우 신용위험이 있는 모기지대출 자산이 MBS로 대체됨으로써 자산의 안전성을 제고하고 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MBS 공급 확대와 동시에 수요 기반을 확충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를 위해 MBS를 편입한 간접투자 금융상품의 개발,개인투자자에 대한 MBS 투자기회 제공,MBS에 대한 연기금의 투자확대 유도 등을 통해 투자자 기반을 넓히는 한편 MBS 가격을 비롯한 투자정보가 적시(適時)에 제공돼 채권시장에서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