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외교통상부 국정감사장.송민순 외교부장관 내정자를 향해 열린우리당 최 성 의원이 "김대중 정부 시절에 봤을 때 대단히 친미적인 시각을 가졌다고 생각했는데 오해입니까,입장 변화입니까"라고 따졌다.

외교부에서 대표적인 북미 라인으로 통했던 송 내정자가 청와대 입성 후 포용정책의 기수를 자청하며 미국과 미묘한 긴장 전선을 만든 것을 겨냥한 것이다.

송 내정자는 "맞지 않습니다.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곧바로 받아쳤다.

송 내정자와 오랜 인연을 쌓아온 지인들은 그가 '코드를 맞췄다'는 지적에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인간적으로 그를 잘아는 사람은 천성적으로 그럴 위인이 못된다고 말했고,일로 엮인 사람은 외교관으로선 드물게 남북관계에 대해 뚜렷한 철학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송 내정자가 포용정책을 끌어안게 된 데는 임동원 세종연구소 이사장과의 인연이 결정적이었다. 1998년 북한이 대포동 1호 미사일을 쏘아올린 일로 미국에서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임명됐을 때,우리측에서 소방수로 나선 것이 당시 대통령비서실의 임동원 외교안보수석과 송민순 비서관이었다.

두 사람은 페리팀과 8차례나 접촉해 "북한과 미국 및 주변국들이 동시에 상대방에 대한 위협을 거둬 나가면서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원칙을 관철시켰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도 송 내정자는 외교부 북미 국장으로 임동원 당시 국정원장을 측면지원했다. 마산고 4년 선배로 당시 통일부 장관이었던 박재규 경남대 총장도 "한ㆍ미동맹을 손상시키지 않고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뭔가"라는 고민을 풀기 위해 자문을 구하곤 했다.

학계쪽에서 대표적 지인으로 꼽히는 장달중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송 내정자에 대한 비판은 국가이익과 함께 민족이익도 함께 관리해야 하는 청와대 안보실장의 역할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장 교수는 1994년 미국 MIT대학에서 주최한 동북아 정세와 관련된 전략 시뮬레이션게임에서 하버드대학에서 연수 중이었던 송 내정자와 함께 한국대표로 초청돼 인연을 맺었다. 장 교수는 "당시에도 송 내정자는 '우리의 입장에서'라는 표현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기억했다.

외교관으로서 송 내정자의 멘토(mentorㆍ후견인)는 반기문 장관이다. 반 장관은 1990년대 초 미주 국장을 지낼 때 송 내정자를 과장으로 데리고 있었다. 장관 취임 후에는 경기도자문대사로 밀려나 있는 송 내정자를 본부로 복귀시켰다. 뿐만 아니라 차관보,6자회담 수석대표로 중용했고 송 내정자는 결국 반 장관의 뒷자리까지 곧바로 이어받게 됐다,

외교부 선배 중에는 이상옥 전 장관과 개인적인 인연이 있다. 이 전 장관이 기획관리실장과 차관보를 지내면서 데리고 있었던 이명숙씨를 송 내정자가 아내로 맞았다. 우아한 이미지의 굉장한 미인이라고 소문이 나있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과 이수훈 동북아시대위원장과도 서로 대소사를 챙기는 사이다.

외교 분야를 벗어난 송 내정자의 인맥은 좁은 편이다. 해외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탓도 있지만 사람을 깊고 좁게 사귀는 스타일 때문이기도 하다. 단적인 예가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 그와는 폴란드에서 대사로 2년여 동안 같이 근무한 뒤 지금도 공식 직함을 떠나 아예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대표적인 재계 인맥으로는 박종응 LG데이콤 사장과 문동성 우리은행 부행장,박동창 금융연구원 초빙 연구위원을 꼽을 수 있다. 박 사장은 서울대 문리대 68학번 동기로 학창시절을 같이 보냈고 박 연구위원은 송 내정자가 주폴란드대사로 재직할 당시 현지 LG페트로은행장이었다. 문 부행장은 마산중과 서울대 독문학과 직속 후배다. 일로 매어있지 않은 이들의 송 내정자에 대한 시선은 차이가 없다. 직선적이고 도전적이며 자기 세계가 분명해 자신이 정한 원칙에 어긋나면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고 한목소리로 입을 모았다.

후배들도 이 때문에 그를 잘 따른다. 외교부 후배 중에는 조병제 심의관(15기),조태용 북미국장(14기),김숙 한ㆍ미관계비전홍보대사(12기),임성남 청와대 외교전략비서관(15기)과 가깝다. 임 비서관은 차기 북미국장 후보로 거론된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