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여행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달리 신경쓸 일이 없어서다.

경제적 부담이 덜한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정해진 일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불만이다.

스스로 교통편과 숙소를 정해 떠나는 개별자유여행 비중이 커지는 까닭이 거기 있다.

이 역시 현지 교통스케줄에 맞춰야 하는 한계가 있다.

렌터카여행이라면 좀 다르다.

훨씬 자유로울뿐더러 원하는 곳을 구석구석 살펴볼 수도 있다.

길이 잘 닦인 유럽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배낭여행보다 비용이 적게 들 수도 있다.

렌터카 여행에 도전해보자.유럽 자동차여행 안내서인 '굴러라 유럽'을 낸 박범진씨가 들려주는 유럽 자동차여행 이야기에 귀기울여 보자.

어디든 숨은 명소가 있게 마련이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독일 '로맨틱라인'이다.

간혹 '로맨틱라인'과 '로맨틱가도'를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 둘은 완전히 다르다.

로맨틱가도가 남북을 잇는 로마의 육로였다면,로맨틱라인은 동서로 연결된 수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됐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드라이브 코스로는 로맨틱라인이 한수 위다.

로맨틱라인을 제대로 여행하는 방법은 스스로 차를 몰고 가는 것이다.

배낭여행자들은 기차를 타고 마인츠나 코블렌츠까지 이동한 다음 운항 횟수가 적은 크루즈를 이용해야 한다.

차를 몰고 강변 도로를 달리며 좌우로 빼곡하게 늘어선 중세의 도시들을 샅샅이 구경해보자.

▶마인츠에서 본에 이르는 중세의 향연

로맨틱라인은 마인츠에서 본까지의 강변국도를 일컫는다.

프랑크푸르트에서 A66 고속도로를 타고 남서쪽으로 조금만 가면 마인츠를 만날 수 있다.

마인츠는 샤갈의 푸른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는 성슈테판 교회와 서양 최초의 금속 활자본이 전시된 구텐베르크 박물관으로 유명하다.

마인츠에서 라인강변을 따라 서쪽으로 달리면 자연스레 B42 국도를 타게 되는데,여기가 바로 독일 최고의 드라이브코스 중 하나라는 로맨틱가도의 시작점이다.

▶라인강 유역 최고의 마을 뤼데스하임

라인강변의 고즈넉함을 만끽하며 느긋하게 운전을 즐기다보면 제일 먼저 만나는 곳이 뤼데스하임이다.

주변을 에워싼 너른 포도밭과 그 한가운데 서 있는 아담한 고성,중세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구시가지 덕분에 뤼데스하임은 라인강 유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꼽힌다.

뤼데스하임에 왔다면 '개똥지빠귀 골목'(Drosselgasse)에 가보자.두 명이 간신히 지나갈 법한 비좁은 골목 사이로 레스토랑,와인 저장소,선물 가게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고,호프집 창문 너머로 흥겨운 음악소리와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개똥지빠귀 골목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소시지와 괴테가 '사랑하는 여인의 첫 키스' 같다며 극찬한 이 지역의 특산 백포도주를 즐기는 것이야말로 뤼데스하임 관광의 필수코스다.

▶전설의 로렐라이 언덕을 찾아

다시 핸들을 돌려 서쪽으로 차를 달려보자.장크트 고아르스하우젠(Sankt Goarshausen)이라는 마을 초입에 전설의 '로렐라이 언덕'이 우뚝 솟아 있다.

사실 로렐라이 언덕은 아주 못 생긴 돌덩어리에 불과하다.

워낙 볼품이 없다 보니 여행자들이 크게 실망하곤 한다.

하지만 마을로 우회전해 L338 국도를 따라 빙 돌아가면 로렐라이 정상까지 갈 수 있다.

여기서 바라보는 라인강의 경치가 꽤 운치 있다.

요정의 노랫소리에 동요해 우왕좌왕하는 옛 로마 선원들의 모습을 가만히 떠올려보자.유독 로렐라이 언덕 앞에서 침몰 사고가 잦은 것은 이 근방의 강폭이 좁고 물살이 거센 탓이라고 한다.

오늘날까지도 언덕 앞을 지나던 유람선이 전복되는 사고가 가끔 일어나고 있다.

▶두 개의 강이 합쳐지는 코블렌츠

로렐라이 언덕을 뒤로 하고 북서쪽으로 가다 보면 라인강과 모젤강이 합쳐지는 지점을 만난다.

이 두 갈래의 풍성한 젖줄을 바탕으로 번성한 도시가 코블렌츠다.

코블렌츠의 미텔라인 박물관에 걸린 시계에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16세기경 도둑질을 하다 붙잡힌 요한 루터라는 사람은 체포된 후 반년 간 침묵을 지키다 교수형에 당하기 직전 "내 얼굴을 광장에 걸어두면 코블렌츠가 크게 번영할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알게 된 호기심 많은 공무원이 그의 유언에 따라 시계 밑에 익살스런 도둑의 얼굴 조각을 달았던 것이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오늘날 코블렌츠는 라인강에서 손꼽히는 상업도시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로맨틱라인의 피날레 본 그리고 쾰른

위대한 음악가 베토벤이 태어난 도시 본.베토벤의 생가,동상,그의 이름을 딴 거리와 가게 등 이 도시는 위대한 예술가에게 바쳐진 헌사나 다름없다.

본에서 조금 더 북쪽으로 이동하면 대성당으로 너무나 잘 알려진 쾰른에 당도한다.

여기까지가 약 220km에 이르는 로맨틱라인 드라이브코스다.

여행작가 박범진 pineapple@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