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중소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갑자기 자금 흐름에 구멍나는 경우가 자주 일어난다.

이는 거래상대방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

1주일 뒤에 현금으로 물품대금을 주겠다고 거듭 약속한 사람이 어음을 들고 나타나 한달만 사정을 봐달라고 애걸하는가 하면 아예 돈을 갚기는커녕 전화조차 받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회사로 달려가 보면 "사장님 중국 출장 중입니다"며 "돈 갚으라는 말씀은 없었습니다"는 직원의 퉁명스런 말뿐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잘 돌아가던 자금사정이 별안간 벽에 부딪히게 된다.

이미 은행을 찾아가봤자 운전자금 대출한도가 차있기 때문에 금융기관에서 긴급자금을 빌릴 방법도 전혀 없다.

친구나 처가에 손을 내밀고 싶지만 그러면 그동안 쌓아둔 신용이 하루아침에 무너진다.

중소기업 사장이라면 이럴 땐 하는 수 없이 사채시장을 기웃거리게 된다.

사실 사업을 하면서 사채를 쓰기 시작하면 기업경영은 도산으로 줄달음질치게 되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현재 한국에서 중견기업인으로 성장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사채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사채란 결코 쓸만한 돈이 아니지만 진실로 2주일 안에 갚을 수만 있다면 친지들에게 폐 끼치지 않고 활용할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국내 대부업자 수는 1만5589개업소에 이른다.

이들이 빌려주는 사채 규모는 연간 40조원 규모.이들 중 직장인 대출도 있지만 절반에 이르는 20조원은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자들이 빌려 쓴다고 한다.

사실 너무나 긴박하게 운전자금이 필요하다면 어음할인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1억원짜리를 가져가면 1000만원 정도 손해본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서울 역삼동 명동 북창동 마포 등에 산재해있는 사채업자들에게 어음을 할인받을 때 필요한 서류는 사업자등록증사본,세금계산서,배서용인감도장 등 세 가지만 갖춰가면 그 자리에서 전화로 몇가지를 확인한 뒤 돈을 내준다.

그러나 어음없이 신용으로 1000만원 정도를 빌려쓰려면 금리가 이만저만 높은 게 아니다.

연이자가 최저 36%에서 60%까지 올라간다.

게다가 연체하면 어김없이 연 66%의 이자를 물린다.

3개월 이상 돈을 빌려야 할 처지라면 부인명의로 된 아파트나 다른 공동주택을 담보하는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제출서류가 복잡하다.

주민등록등본,인감증명서,등기부등본,등기부권리증,통장사본 등을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사채시장에서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은 금물이다.

근저당을 해지할 때 사채업자들이 갖은 핑계를 대기 때문이다.

한가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은 직접 사체업체를 찾아가 대출받는 것이 좋다.

아직까지 인터넷 대출은 위험하다.

이치구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