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들어 증권시장의 가장 큰 화두(話頭)는 역시 기업 인수·합병(M&A)과 '지배구조개선'이다.

특히 '장하성펀드'로 불리는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가 상장사인 대한화섬의 지배구조를 문제삼으면서 증시에서 지배구조 관련주들이 테마를 형성하며 급등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편승해 잇달아 등장하고 있는 세력들이 있는데,기업 M&A를 표방한 소규모 사모펀드가 바로 그들이다.

최근 한국경제신문 증권면을 보면 사모M&A펀드들이 상장사 지분을 취득한 후 경영권 참여를 선언하고 있다는 기사가 자주 눈에 띈다.

이들 사모M&A펀드의 타깃이 되는 기업은 대형사보다는 주로 중소형 상장사들이다.

문제는 이들 사모M&A펀드들이 M&A 자체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M&A 기대감을 부풀린 후 주가가 상승했을 때 차익을 남기고 빠져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사모M&A펀드들은 벌써부터 비슷한 양상을 보여 시장 변동폭을 키우는 등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장하성펀드' 등장 이후 이런 사례가 급증하는 추세다.

일종의 '장하성펀드' 따라하기로 보인다.

사모M&A펀드란 무엇이고,이들이 잇달아 등장하게 된 배경과 목적,주가에 미치는 영향 등을 알아보자.

사모M&A펀드란

'투자신탁'으로 불리는 펀드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개인과 법인,기관 등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투자자금을 모집하는 공모펀드와 특정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돈을 받아 펀드를 설정하는 사모펀드가 그것이다.

공모펀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개 모집하는 펀드인 만큼 투자에서도 제약이 많다.

가령 펀드에 모인 자산의 10% 이상을 한 종목의 주식에 투자할 수 없고,주식 이외에 채권 등 유가증권에도 한 종목에 10% 이상 투자할 수 없는 등의 제한이 있다.

이는 투자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사모펀드는 특정 소수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만들어진 만큼 이러한 제한이 없다.

이익이 발생할 만한 어떠한 투자 대상에도 투자할 수 있다.

특정 종목에 대해 펀드 전체 자산의 50%까지 투자할 수 있고,발행 주식에 대한 펀드 편입 제한도 없으므로 특정 회사 주식을 100%까지 매입할 수도 있다.

사모M&A펀드는 사모펀드의 일종으로 M&A를 목적으로 하는 펀드다.

2004년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에 의해 소규모 기업의 원활한 구조조정과 M&A 활성화를 위해 도입됐다.

자본금 1억원 이상이면 누구나 설립 가능하며 설립 후 금융감독원에 등록만 하면 된다.

사모M&A펀드 급증

금감원에 따르면 현재 설립돼 활동 중인 사모M&A펀드는 30여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올 들어 설립된 것들이다.

연도별 신규 설립 건수를 보면 2004년엔 3개에 그쳤으나 지난해 6개로 늘어난 이후 올 들어 9월말까지는 벌써 10개를 넘어섰다.

이들 사모M&A펀드는 올초까지만 해도 잠잠했다.

하지만 '장하성펀드'가 대한화섬 경영 참여를 선언한 지난 8월 말 이후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최근 한 달여간 상장사 지분을 대량 취득하는 사례가 9건에 달했다.

제너시스펀드가 유가증권시장 반도체장비업체인 디아이 지분 10.05%를 확보,경영 참여를 선언했고 헤르메스펀드는 종근당바이오와 인네트 지분을 각각 6.72%,29.47% 취득했다.

JS사모펀드도 동성제약이 과거 발행한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매입하는 형태로 23.01%가량의 지분을 사실상 확보했다.

사모펀드의 지분 참여 진실은?

문제는 이들 사모펀드의 지분 참여가 대부분 겉으로는 경영 참여 목적이지만,실제는 주가를 띄운 후 자본차익을 얻기 위한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3년 전 사모M&A펀드가 도입된 이후 아직까지 사모펀드가 나서 기업 구조조정이나 M&A를 성공시킨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지분 취득 후 차익을 남기고 판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모M&A펀드는 지분 참여 후 6개월 내에 지분을 처분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으나 일부 사모펀드는 상장사 지분을 대량 취득한 후 불과 한 달 만에 지분 일부를 장내 매각한 경우도 있다.

심지어 J사모펀드는 멀쩡한 정상 기업의 지분을 10% 이상 사들인 뒤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선언,주가를 급등락시킨 사례도 있다.

사모M&A펀드가 지분을 취득한 곳은 대부분 주가가 급등한다.

기존 대주주와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한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주식을 추격 매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모M&A펀드는 상당수가 M&A가 성사되기도 전에 시세차익을 남기고 빠져나올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사모M&A펀드는 설립 후 1년간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법에 보장돼 있어 감독 당국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다시 말해 1년 안에 차익을 남기고 해체하면 그만이다.

결국 나중에 해당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선량한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정종태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jtchung@hankyung.com

-----------------------------------------------------------------------

■ PEF 무엇인가

M&A를 목적으로 설립되는 펀드에는 사모M&A펀드 외에 PEF(Private Equity Fund)도 있다.

흔히 일부 언론에서는 이 두 개를 혼용하지만 법적으로는 엄연히 다른 펀드다.

2004년 M&A를 통한 구조조정 활성화를 위해 사모M&A펀드가 먼저 도입됐다.

하지만 이 펀드는 자본금 규모(최소 1억원 이상)가 너무 작아 실제 M&A에 별다른 실효성이 없었다.

특히 대형 M&A는 엄두도 낼 수 없어 매물로 나오는 국내 대기업은 대부분 외국계 투자자본의 독차지가 될 우려가 컸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PEF다.

PEF는 선진국에서는 아주 일반화된 투자회사로 국내에서도 이름이 익숙한 론스타나 뉴브리지 칼라일 등이 모두 PEF다.

PEF는 대형 M&A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최소 자본금이 100억원으로 사모M&A펀드보다는 훨씬 많다.

사모M&A펀드는 설립 후 1년 내에 모집자금의 60% 이상을 무조건 써야 하지만 PEF는 이런 제한도 없다.

충분히 준비한 뒤 대형 M&A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여유를 주기 위한 것이다.

회사 형태도 다르다.

사모M&A펀드는 주식회사 형태지만 PEF는 합자회사 형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