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壹鏞 < 한양대의료원 원장 choiiy@hanyang.ac.kr >

오랜만에 학회 발표를 위해 프랑스를 다녀왔다.

젊었을 때는 장거리 여행을 이용해 논문을 정리하는 등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여행을 즐기곤 했다.

점차 나이가 들면서 여행이 힘들어지고 여행 후에는 시차 적응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피로가 심하다.

이처럼 장거리 여행 후 느끼게 되는 불면증,식욕부진,두통,집중력 저하 같은 증상이 시차증(時差症)이다.

지역 간 시차가 4시간 이상일 때 주로 나타나는데 여행거리가 길수록 심해진다.

시차에 적응하는 데는 서쪽으로 갈 경우 2~6일,동쪽으로 갈 경우 3~11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시차증후군은 사람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흔히 두통,현기증,피로감,소화불량,빈뇨,불면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한편 비행기 일반석에 앉아 장시간 여행을 할 때 종아리가 아프고 붓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이라고 한다.

좁은 좌석에서 장시간 앉아 있으면 발의 정맥흐름이 나빠져 적은 혈액의 덩어리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혈전이 다리를 움직였을 때 정맥의 벽에서 떨어져 심장으로 이동하고 폐동맥으로 흐르게 돼 폐경색을 초래하는 것이다.

일반석뿐 아니라 비즈니스 클래스에서도 발생할 수 있고 항공여행 외에 장시간 발을 움직이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어 롱 플라이트 혈전증으로 불리기도 한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모든 사람에게 공통으로 적용될 수 있는 기본적인 예방 수칙을 몇 개 들면 여행 전 시차증에 대한 파악,규칙적인 운동으로 평소 건강 유지에 노력,비행 중 식사 양을 적절히,출발 전 미리 목적지 시간대에 맞추어 생활,장기간 체류시 현지 시간에 맞추어 지내도록 노력하기 등이다.

또한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의 예방법으로서 1시간에 한 번 발을 움직이도록 하고 충분한 물을 마시도록 한다.

다만 술은 이뇨(利尿)작용이 있어 오히려 탈수현상을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과음은 절대 금물이다.

고탄력 스타킹을 착용하거나 혈액응고를 막아주는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한동안 우리를 그렇게 힘들게 하던 폭염이 어느덧 사라지고 낮에는 푸른 하늘이 높아 보인다.

밤에는 제법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는 가을이다.

이제는 산에 오르는 것이 나의 삶의 한 부분이 되었는데 요즘 특별히 산행이 기다려지곤 한다.

산에서 내려올 때는 차분해진 마음으로 오던 길을 되돌아본다.

나이 들어가는 나무들과 땅에 떨어져 있는 나뭇잎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우리의 인생도 여행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 60이 넘게 살았으니 남은 삶은 이 여행을 잘 마치기 위한 준비로 삼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