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에서 유를 창조하라.' 1998년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에는 예사롭지 않은 특명이 떨어졌다.

정체국면에 빠져든 발효유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획기적인 상품을 개발하라는 김순무 한국야쿠르트 사장의 주문이었다.

아이디어 회의가 연일 열렸다.

고심 끝에 얻은 결론은 '위까지 생각한 발효유'.이런 과정을 거쳐 2000년 9월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이 첫 선을 보였고,6년 만인 9월 말 현재 12억개,지구를 4바퀴 반 돌 수 있는 양이 팔려 나갔다.

하루에만 70만개 이상 판매되는 발효유 시장 최대 히트상품으로 자리잡았다.

한국야쿠르트는 작년에 이 제품 하나로 2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고정관념을 바꿔 '대박'을 거두다

한국야쿠르트 '윌'은 국내에서 기능성 발효유 시장을 본격 개척한 제품이다.

윌이 출시되기 이전 발효유는 장에 좋은 먹거리 정도로만 생각됐으나 윌은 발효유의 기능성을 위까지 확대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그 뒤 발효유의 기능성 영역은 간에 이어 최근 혈압으로까지 확대됐으나 윌과 같은 파괴력을 지닌 제품은 아직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가 윌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명확한 제품 컨셉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인 성인의 75%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에 감염돼 있고,위암이 단일 질환으로 최고의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

여기에 수의학과(서울대) 출신인 김 사장의 '닭을 이용해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에 대한 항체를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는 아이디어가 더해져 개발에 가속도가 붙었다.

따라서 위에 좋은 발효유를 내놓으면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것으로 판단,3년간 연구개발을 거쳐 제품을 출시한 것이 적중했다.

마케팅과 가격 정책 등도 주효했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의 존재를 처음으로 입증한 호주의 생리학자 베리 마셜 박사를 광고모델로 내세워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을 강조한 것이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이후 마셜 박사가 노벨 생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한국야쿠르트의 윌은 발효유 제품 중 '명품'으로 인식되는 엄청난 간접 광고효과를 누렸다.

또 가격에서도 국내 발효유 제품으로는 처음으로 1000원을 매겨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식하도록 했다.

윌은 2000년 9월 출시 이후 한 달 만에 하루 30만개가 팔려나갔고 현재 하루 평균 70만개 이상 나가고 있다.

윌의 연간 매출은 2200억원으로 한국야쿠르트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25%에 육박한다.

윌이 한국야쿠르트를 먹여살린다는 말이 과언이 아닌 셈이다.


◆아날로그 보부상,'야쿠르트 아줌마'의 힘

윌의 성공을 논할 때 방문판매 조직인 '야쿠르트 아줌마부대'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야쿠르트의 아줌마 부대는 1만3500여명.성공적인 영업을 위해선 디지털적 사고가 필수인 요즘에 이들은 '윌'을 보급하는 '아날로그 보부상'으로서 맹위를 떨쳤다.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 우수한 제품력을 소상히 설명해 나갔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수십만명의 고객을 1 대 1로 만나 제품의 특장점을 소개하고 추천하는 대면 마케팅이 '윌 신드롬' 창조의 한 축을 담당했던 것.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방문판매 조직원들이 소비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어려운 전문 용어와 효능을 설명하고 설득해 단기간에 성공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의 공생 마케팅도 윌의 성공에 도움이 됐다.

윌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경쟁업체들이 비슷한 제품을 연이어 내놨다.

이 같은 경쟁업체의 제품 출시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 발효유 시장의 크기를 키워나갔고,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위 관련 발효유에 대한 인식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