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起澤 < 중앙대 교수·경제학 >

지난 17일 실시된 스웨덴 총선에서 중도당이 이끄는 우파연합이 48.1%의 지지를 얻어 집권세력인 사회민주당의 좌파연합을 누르고 12년 만에 정권을 탈환했다.

이를 보고 국내 일부 언론에서는 스웨덴 국민들이 드디어 스웨덴식 복지모델을 포기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스웨덴식 경제모델을 이상적인 정책목표로 삼고 있는 현 정부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과연 스웨덴 국민들은 총소득의 50%를 넘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세계 제일의 국가복지모델을 포기한 것인가? 그 대답은 아니다이다.

지난 2002년 선거에서 중도당은 대규모 감세(減稅)와 과감한 복지개혁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다가 15%의 지지밖에 얻지 못하는 참패를 당했다.

이번 선거에서 중도당은 선거공약으로 복지개혁보다는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추었다.

스웨덴의 공식적인 실업률은 6% 수준이지만 숨겨진 실업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15% 이상으로 추정된다.

특히 실업률이 20%를 상회하는 청년실업은 심각한 상황이다.

중도당은 청년실업 감소대책으로 청년고용에 대해서는 고용주의 의무부담금을 면제할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한 노동시장을 포함한 기업활동 관련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정부소유 공기업은 단계적으로 매각할 것을 약속했다.

공공부문에 경쟁을 도입하고 민간부문에 활력을 불어넣어 투자를 활성화하고 일자리 창출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스웨덴 국민들은 아직까지는 현행 복지제도의 대대적인 수술을 원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기업환경으로는 현행 복지체제의 유지가 힘들다고 보고,보다 효율적인 생산과 일자리 창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 것이다.

현 정부가 성장과 분배의 조화를 이루며 경쟁력을 키워온 스웨덴식 국가경제시스템을 귀감(龜鑑)으로 삼아온 것은 사실이다.

참여정부 들어 복지지출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내년도 예산에서도 사회간접시설 투자지출은 4% 정도 감소하나 복지지출은 10%나 늘릴 예정이다.

그런데 과거 3년간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4%도 안돼 세계평균 성장률에도 못미쳤다.

복지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생산력 증대가 필수적이다.

생산력 증대는 기술혁신과 투자확대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세계은행의 기업활동 용이도 지표에 따르면,우리나라의 순위는 27위이다.

우리의 경쟁 상대인 싱가포르의 2위,일본의 10위는 물론 태국의 20위에도 못미친다.

특히 창업 용이도 순위는 97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려면 규제완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최근 KDI의 연구에 따르면 규제를 반으로 줄이면 잠재성장률이 0.5%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정부에서는 규제개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99년에는 총규제의 반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이에 힘입어 지난 정부 동안 규제의 수는 연평균 600건이 감소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서는 매년 평균 100건 이상 규제가 증가했다.

특히 수도권 규제,출자총액한도제도와 같은 포괄적 덩어리 규제는 형평성을 내세우는 정부의 정책기조로 인해 손도 못대고 있다.

그뿐 아니다.

부동산 투기억제라는 명분하에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강력한 부동산 관련 규제를 경제적 효율성에 관한 아무런 검증(檢證)없이 몇달 만에 입법화했다.

공기업 민영화는 어떤가? 지난 정부에서는 13개 공기업을 민영화 대상으로 선정하고 8개 기업의 민영화를 완료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서 나머지 5개 공기업 중 아직까지 민영화된 기업은 하나도 없다.

특히 노조의 반발이 심한 한전 가스공사는 공급안정성 훼손 및 요금인상 등의 표면적 이유로 민영화 자체를 백지화하려는 움직임까지 있다.

우리가 이번 스웨덴 총선결과에서 배워야 할 교훈은 잘못된 복지모형의 수정이 아니라 경제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개혁이다.

참여정부는 동반성장을 위한 전략에 몰두한 반면 아직까지 효율성 제고를 위한 개혁조치는 상대적으로 미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