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에서 살다온 사람들은 다양한 치즈의 맛을 잊지 못한다.

잘 숙성된 치즈는 곰팡이가 하얗게 피어있기도 하고, 고약한 냄새가 나기도 하지만 각기 다른 풍미로 미각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앤치즈'(02-511-7712)는 치즈를 전문으로 요리하는 보기 드문 레스토랑이다.

프랑스 유학시절 치즈 맛에 푹 빠져 치즈매니아가 된 주인이 4년전 차린 치즈 전문 식당이다.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치즈로 만들어낸 요리는 찾아가 먹어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샐러드에는 치즈가 토핑돼 있다.

각종 야채에다 양젖 치즈인 페타(feta) 치즈를 섞기도 하고 파마산 치즈가 올려지기도 한다.

샐러드 가격은 1만원에서 1만6000원대.

대표적인 요리는 스위스 치즈요리의 대명사인 '퐁듀'(1인분 2만500원).'그뤼에르' 치즈와 '에멘탈' 치즈를 녹여 테이블에 놓아준다.

빵을 꼬챙이로 찍어 치즈를 듬뿍 찍어 먹으면 된다.

고소하면서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감자도 치즈에 찍어먹는다.

퐁듀속에 마늘이 들어 있다.

우리 식으로 변형한 것이 아니라 스위스 사람들이 먹는 방식이 그렇다.

치즈를 다 먹으면 계란을 하나 풀어 치즈와 섞어 먹는다.

연인들끼리는 퐁듀를 먹다가 빵이 치즈속에 빠지면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기로 하는 내기를 하기도 한다.

스위스에서 '퐁듀'와 함께 가장 즐겨먹는 치즈요리인 '라끌레뜨'(2만5000원)도 즐길 수 있다.

'라끌레뜨'는 불에 올려 녹인 치즈를 감자 등과 함께 먹는다.

이곳을 유명하게 만든 또 한 가지의 요리는 '꼬꼬뱅'(2만8000원).꼬꼬뱅은 닭고기와 야채에다 와인을 부어 푹 조린 프랑스 요리다.

닭다리가 4개 정도 나온다.

입에서 부드럽게 녹는 맛이 좋다.

꼬꼬뱅을 먹으러면 하루 전에 예약해야 한다.

블루치즈로 만든 스테이크 요리(3만9000원)도 있다.

치즈를 활용한 파스타도 훌륭하다.

생크림과 베이컨 등으로 만든 '까르보나라' 파스타에 고르곤졸라 치즈 등이 가미된다.

걸쭉한 소스와 적당히 삶아진 면이 맛깔스럽다.

리코타 치즈를 넣은 이탈리아 만두 '라비올리'에는 바질 페스토 소스가 뿌려진다.

치즈만 따로 먹을 수도 있다.

'천연 치즈 5종 세트'(2만원)가 있다.

여기에 이탈리아 소시지인 '살라미'를 곁들이면 1만원이 추가된다.

치즈 컬렉션을 보면 주인의 오랜 노하우를 알 수 있다.

요즘 나오고 있는 치즈로는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생산되는 우유로 만들어 샴페인과 잘 어울리는 '샤우루스',푸른곰팡이가 낀 '푸르므 당베르',당근 색깔의 '미몰레트', 프랑스인들이 즐겨먹는 '빠베 다피모아',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3개를 받은 최고급 식당에 가면 반드시 나온다는 '에프워스' 등이다.

디저트로는 사과를 칼바도스크림에 찍어 먹는다.

입안이 개운해진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