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항 1 > 다음 두 제시문의 공통된 논지를 추출하고, 그 의미에 대해 논술하라. (배점 30%, 500~600자)

[가] 한 옛날에 옷을 입을 줄도 모르고,집에 거주할 줄도 모르고,불을 사용할 줄도 모르는 야만족이 열대에 있는 그들의 고향을 떠나 이른 봄부터 늦여름까지 북방으로 이동하였다.

9월이 되어 밤에는 제법 추워 오는 것을 느끼게 될 때까지 그들이 더운 고장을 떠나서 이미 추운 고장으로 와 버린 줄은 꿈에도 몰랐다. 추위는 날마다 더해 갔다.

그 까닭을 알지 못하는 그들은 이리저리 도피하기 시작했다.

그들 중 일부는 남쪽으로 되돌아갔다.

거기서 그들은 다시 옛 생활을 계속했다.

그리고 그들의 후예들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야만을 면하지 못하게 되었다.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방황하던 사람들은 그들 중 극히 소수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멸망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를 피할 길이 없던 일부 소수는 인간의 가장 높은 기능인 의식적인 발명의 능력을 사용하게 되었다.

그들 가운데 어떤 이들은 땅을 파고 구멍을 만들어 몸 둘 곳을 삼았다.

어떤 이들은 오막살이와 잠자리를 만들기 위해 나뭇가지와 잎사귀들을 모았다.

또 어떤 이들은 그들이 잡아 죽인 짐승의 가죽으로 그들의 몸을 가렸다.

오래지 않아 이 야만인들은 문명으로 향한 가장 훌륭한 진보의 발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중략) 이것이 진보 발전의 패러독스이다.

만일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라면 그 아버지는 고집이다.

고집이란 여러 가지 손실들을 끊어 버리고 삶이 보다 편리한 데를 찾아가려는 것보다는 차라리 역경에서 견디어 이기며 살아가려는 결의이다.

(토인비,'역사의 연구')


[나] 1990년대의 소위 '디지털 혁명'은 두 방향으로 진행되었는데 첫째,기존 전자 제품이 디지털 기술을 구현한 제품으로 대체되었으며 둘째,인터넷·소프트웨어·통신·전자·컴퓨터들의 기술적 융합에 기반한 전혀 새로운 제품이 출현했다.

디지털 기술의 이러한 등장은 기술 비약 가설이 주장하듯 후발 주자에게는 선발 주자를 추격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실제로 디지털 기술로의 패러다임 전환기였던 1990년대 중반에 한국의 기업들은 여러 혁신적인 디지털 제품들에서 세계적인 리더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삼성과 LG는 관련 디지털 기술 영역에서 그 기술력과 라이선스에 있어 세계 최고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또한 삼성과 LG는 1990년대 후반 이래 미국 또는 영국에서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다.

LG전자는 1997년 디지털 TV에 필요한 핵심 칩셋을 개발한 세계 최초의 기업이다.

그러나 패러다임 전환기를 이용하여 선도 기업을 추격하고자 하는 기업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위험을 접하게 된다.

첫 번째는 여러 개의 출현 가능한 표준 중에서 어떤 기술 표준을 선택할 것인가와 관련된 위험이며,두 번째는 신규 제품 생산 기술을 선택하여 생산한 후 어떻게 초기 시장을 형성할 것인가 하는 위험이다.

디지털 TV와 CDMA를 개발했던 한국 기업들도 이러한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중략)

한국에서의 CDMA 셀룰러 폰 시스템 개발과 서비스 개시는 민관 합작으로 이루어진 가장 성공적인 경로 창출형 추격 또는 비약의 예이다.

한국 기업들과 정부 당국이 셀룰러 폰 시스템의 개발을 고려하고 있을 때 미국에서는 아날로그 시스템이 지배적이었고(여전히 지배적이다) 유럽에서는 TDMA 방식의 GSM 시스템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한국 정부(정보통신부)는 주파수 사용이 효율적이고 고품질과 보안성을 겸비한 CDMA 기술에 주목했다.

CDMA 시스템 개발에 대한 불확실성과 한국통신 삼성 LG 같은 통신 서비스 제공업자 및 시스템 제조업자들의 심각한 우려와 GSM으로 가자는 강력한 의견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부와 전자통신연구소는 CDMA를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그러한 결정을 하기까지는 한국이 이미 개발되어 있는 TDMA(GSM)를 따라만 가게 되면 선발 국가와의 격차를 줄일 수 없고 따라서 추격은 요원하다는 인식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그래서 한국은 더 위험한 길을 택했고 성공을 거두었다.

(이근,'과학기술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경제')


< 문항 2 > 다음 두 제시문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삶의 태도 또는 사유방식을 추출하고, 그것이 인류의 역사와 문화의 발전에 어떠한 기여를 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논술하라. (30%, 500~600자)

[가] 혜자(惠子)가 장자(莊子)에게 말했다.

"위(魏)나라 왕이 나에게 큰 박씨를 하나 보내 주므로 이것을 심었더니 닷 섬짜리 박이 열렸네.그 속에다 장을 채워 두었더니 들 수가 없었네.다시 두 쪽으로 쪼개어 바가지를 만들었으나 너무 넓어서 쓸 수가 있어야지.텅 비어 크기는 했지만 나는 아무 소용 없어 그것을 부수어 버렸네." 장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자네는 참으로 큰 것을 쓸 줄 모르는군. (중략)

지금 자네는 닷 섬짜리 바가지를 가지고 있으면서 어째서 그것으로 큰 통을 만들어 강호(江湖)에 띄울 것을 생각지 못하고,그것이 넓어서 쓸 데가 없다고만 근심하는가? 자네야말로 아직도 몹시 옹졸한 생각밖에 가지고 있지 못하군." 혜자는 장자에게 말했다.

"우리 집에 큰 나무가 있는데 사람들이 가죽 나무라 부르네.그 밑동은 혹투성이라 먹줄을 댈 수가 없고,그 작은 가지들도 꼬불꼬불해서 자에 맞지를 않네.그것이 길가에 서 있으나 목수가 돌아보지도 않네.지금 자네의 말은 이 나무와 같아 커도 소용이 없네.따라서 여러 사람들이 돌보지도 않을 것일세." 장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중략)

지금자네는 큰 나무를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이 쓸 데가 없는 것을 걱정하지만, 왜 그것을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인 광막한 들에다 심어 놓고 그 곁을 방황하면서 무위(無爲)로 날을 보내고 소요하다가 그 밑에 드러눕지를 않는가? 그러면 그 나무는 도끼에 베어지지도 않을 것이고 아무에게도 해를 입을 염려가 없네.쓰일 데가 없으니 또 무슨 괴로움이 있겠는가?"

('장자')


[나] 선귤자(蟬橘子)에게 예덕 선생(穢德先生)이라 부르는 벗이 한 사람 있었다.

그는 마을 안의 똥을 치는 일을 생업으로 삼고 지냈다.

선귤자의 제자가 자기 스승이 그 비천한 막일꾼의 덕을 칭송하여 선생이라 부르는 동시에 장차 그와 교분을 맺고 벗하기를 청하려고 하자,제자로서 부끄러워 그의 문하를 떠나려고 했다.

그러자 선귤자가 말했다.

"앉아라.내가 너에게 벗을 사귀는 것에 대해 말해 주마.(중략) 모든 사람들이 엄씨의 똥을 가져다 써야 땅이 비옥해지고 많은 수확을 올릴 수 있다네.하지만 그는 아침에 밥 한 사발이면 의기가 흡족해지고 저녁이 되어서야 다시 한 사발 먹을 뿐이지.

남들이 고기를 먹으라고 권하였더니 목구멍에 넘어가면 푸성귀나 고기나 배를 채우기는 마찬가지인데 맛을 따져 무엇하겠느냐고 대꾸하고, 반반한 옷이나 좀 입으라고 권하였더니 넓은 소매를 입으면 몸에 익숙하지 않고 새 옷을 입으면 더러운 흙을 짊어질 수 없다고 하더군.(중략)

엄행수는 지저분한 똥을 날라다 주고 먹고 살고 있으니 지극히 불결하다 할 수 있겠지만 그가 먹고 사는 방법은 지극히 향기로우며 그가 처한 곳은 지극히 지저분하지만 의리를 지키는 점에 있어서는 지극히 높다 할 것이니,그 뜻을 미루어 보면 비록 만종의 녹을 준다 해도 그가 어떻게 처신할는지는 알 만하다네.(중략) 선비로서 곤궁하게 산다고 하여 얼굴에까지 그 티를 나타내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요,출세했다 하여 몸짓에까지 나타내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니,엄행수와 비교하여 부끄러워하지 않을 자는 거의 드물 걸세.

그래서 나는 엄행수에 대하여 스승으로 모신다고 한 것이네.어찌 감히 벗하겠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이유에서 나는 엄행수의 이름을 감히 부르지 못하고 예덕 선생이라 부르는 것일세."

(박지원,'예덕선생전')



<문항 3> 다음 세 제시문을 읽고 각 제시문에 나타난 특징적인 '자아'의 모습을 서술하고 [나]의 관점에서 [다]의 관점을, [다]의 관점에서 [나]의 관점을 비판하는 논의를 전개하라. (40%,1200~1400자)

# 문항 3의 제시문 [가[나[다]는 지면 관계상 인터넷 생글생글i(www.sgsgi.com)에 게재합니다.


어려운 고전 다루는 방법은 영어 독해와 비슷해!!!

서강대 2007학년도 수시 1학기 논제는 지난 6월 발표된 예시 문제와 비슷했으나 제시문은 예시 문제와 달리 매우 어려웠을 거다.

서강대 논술은 전통적으로 동·서양 작가와 사상가의 고전 원문을 즐겨 사용하는데,제시문을 이해하기 어려워 개요 작성조차 쉽지 않다고 하소연하는 학생들이 많지.

고전은 근본적인 문제 의식을 다루고,그래서 현대에도 읽힌다.

문제 의식 자체도 어려운데 문장이 번역문이라 더 읽히지 않아.고전 제시문들을 출제하면서 대학 교수님들은 고등학생들에게 뭘 원하는 걸까? 서강대는 들어오기 쉽지 않으니 포기하라는 뜻은 아니겠지.

뜻밖이겠지만,어려운 고전 제시문을 다루는 방법은 영어 독해와 비슷해.영어 제시문이 읽히지 않으면 어떻게 하는지 생각해 봐.포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문법 구조를 이해하고,문법 구조가 이해 안 가는 문장은 단어를 연결해 이해하면서 넘어가다 보면 전체적인 뜻이 이해되곤 할 거야.

동양 고전 중에선 노·장자,서양 고전 중에선 그리스 철학자들과 근대 계몽사상가 및 실존주의 철학자들의 글이 어렵기로 소문이 났는데,이번 시험에는 장자가 나왔네? 역시 서강대답다.

그러나 두려워하지 말고 읽어 봐.모르겠다 싶으면 다음 단어,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면서 끝까지 읽어 보렴.잘 모르겠으면 다시 한 번.포기하긴 일러.두 번쯤 그렇게 읽고 논제를 다시 들여다보면 대략 제시문을 어떤 뜻으로 이해해야 할지 감이 잡힐 거야.

그럼 제시문에서 키워드를 가져다가 그걸 너만의 문장과 단어로 바꿔 써 봐.제시문 옆에다가 써 보는 거야.그리고 다음 제시문도 같은 작업을 해 보면,두 제시문을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알 수 있을 거야.대학 입시에 이런 제시문을 출제할 경우에는 제시문 이해력보다는 추론 능력과 사례 적용 능력을 보려는 거야.다시 말하지만,난해한 글을 고등학생한테 줄 때는 기대하는 바도 고등학생 수준의 그 무엇이라는 점을 잊지 말고,절대 포기하지 말기를 바란다.

그럼 어려운 고전 제시문을 어떻게 소화할지 이번 인문·사회계 논제를 문항별로 검토하면서 연구해 보자.

◆문항1 해설

요구 사항은 두 가지야.공통 논지를 추출하는 작업이 하나,그 뜻을 요리조리 곱씹으면서 맛보는 작업이 두 번째지.첫 문항의 제시문은 별로 어렵지 않았을 거야.토인비의 '역사의 연구'는 '도전과 응전'이라는 역사발전 법칙으로 유명한 책이고,이근의 글도 쉬운 현대문이니까.

참,제시문의 출전이 주어지면 반드시 참고하되 너무 집착하진 말아라.출전 제목과 제시문 내용이 관련이 없을 수도 있어.이번 이근의 글처럼.일종의 함정이지.

자,두 개의 서로 다른 글을 쓰는 사람들은 서로 다른 어휘 체계를 사용하는데,공통 논지를 어떻게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때 중요한 게 다시 쓰기(rephrasing)와 풀어 쓰기(paraphrasing)야.토인비의 '도전과 응전'은 외부적·환경적 조건이 어려워 생존에 위협을 받을수록 인간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내적·의식적 노력을 거듭하고,결국 야만에서 문명으로 발전하게 되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 그럼 '위험과 난관이 오히려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얘기네?

두 번째 이근의 글도 '위험에 성공의 길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럼 '위험과 발전'이 공통 핵심어겠네? 이렇게 제시문의 의미를 자기만의 문장으로 바꾸는 작업이야말로 어려운 제시문에서 출발해 글을 써야 하는 너희에게 가장 필요한 일이란다.

어떤 친구는 '사람은 자기만의 길을 가야 한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이것도 좋아.

이제 공통 논지를 밝혔으니 그 의미를 논술해야겠지? 선생님이 앞서 '의미를 논술하라'를 '뜻을 요리조리 곱씹으면서 맛보라'고 풀어 쓰기한 거 기억 나니? 처음 먹는 음식을 맛보던 때를 생각해 봐.혀를 이리저리 굴리고 눈알도 굴리면서 "이게 무슨 맛인가,같은 맛이 나는 게 있었는데,뭐였지…"하고 생각했던 경험들 있을 거야.바로 그걸 요구하는 거지.눈알을 굴리다 보니 갑자기 단어가 하나 생각나는구나.

요즘 영미에서는 장애인을 'the challenged'라고 부른다.

우리말 '장애인'은 신체 기능이 모자라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잘못하면 비정상이라거나 뭔가 모자란 사람이란 뜻으로 받아들이게 되겠지.반면 'the challenged'는 '도전을 받은 사람'이란 뜻이잖니.도전을 받았으니 응전할 것이고,결국 이겨낼 거라는 뜻이 담겨 있지.

토인비의 '도전과 응전'에 나타난 객관적 조건으로서의 위험과 인간의 주관적 의지에 의한 극복이 역사 발전의 법칙이라는 내용이 기막히게 들어맞는 이야기지? 중요한 건 얼마나 유리한 조건에 서느냐가 아니라 위험 앞에 선 인간의 도전 의지라는 이야기니까.

결국 인간의 의지가 역사를 만들어 간다는 이야기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이근님이 말하는 '선도 기업을 추격하는 기업이 직면하는 위험'도 함께 어우러질 수 있겠지? 여기까진 선생님 생각이고,너희는 너희만의 '눈알 굴림'을 해 보렴.

◆문항2 해설

드디어 고전 제시문이 나왔구나.

그런데 대화체네? 대화체를 읽을 때는 두 대화자의 입장이 어떻게 다른가를 정리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해.박 이야기와 나무 이야기 두 가지 경우에 공통되는 장자와 혜자 두 사람의 입장 차이가 보이니? 혜자는 '너무 커서 쓸모 없다',장자는 '너는 옹졸하다.

쓸모 없으니 오히려 좋다'고 말하고 있지? 제시문 옆에다 두 사람의 삶의 태도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을 나열해 보렴.'쓸모'는 '실용성,유용성' 정도로 풀어 쓸까? 그리고 대조되는 단어들을 조합하면 명확한 차이가 드러나겠지? 그런데 첫 번째 제시문은 장자의 사상을 전하는 '장자'에서 골랐으니 장자의 삶의 태도 또는 사유 방식을 첫 번째 제시문의 요약 문장으로 삼도록 하자.

혜자는 왜 나오느냐고? 쓸모 있으면 베어 취하고 쓸모 없으면 돌아보지 않는 혜자의 태도에 비추어 보면 장자의 사상이 보다 분명해지잖아.이게 바로 비교에 의한 설명 방법이야.장자와 정반대의 입장에 선 혜자를 등장시켜 장자를 설명하도록 도와주는 거지.

두 번째 '예덕선생전'에서도 마찬가지야.선귤자가 똥 지게꾼인 엄행수를 높이 평가하면서 그 반대로 든 예가 '선비들'이잖니.박지원은 이 비교를 통해서 엄행수라는 사람을 높이려고 한 걸까,아니면 선비들을 비판하려고 한 걸까? 후자겠지? 그럼 선비들이 엄행수만 못한 점이 뭔지 찾으면서 다시 읽어 봐.'의리를 모르고,곤궁할 때 비굴하고 출세하면 거만하니 부끄러운 자들이다'라고 줄여 쓸 수 있을까?

위 제시문과 합치면 어떻게 될까? 장자가 비판하는 혜자와 박지원이 비판하는 선비들,그리고 장자와 엄행수의 공통점은 뭐니? 전자는 유용성과 이익이라는 단어로 묶고,후자는 이익에 초연한 대범함과 의리라는 단어들로 묶을 수 있을 거야.결국 이익을 좇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이익 중심의 세계관과 인간관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추출할 수 있을까?

자,이제 이익 중심의 세계관과 인간관에 대항해 인류의 역사와 문화 발전에 기여한 사례를 생각해 보는 거야.회유와 압력에 굴하지 않고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을 이야기할까? 이러면 '인류'가 아니라 '민족'으로 범위가 줄어드니까 부적절한 데가 있지? 그럼,식민당국의 회유와 무장 투쟁을 주장하는 자들의 압력 어느 쪽에도 굴하지 않고 저항과 비폭력이라는 모순적인 요소들을 결합시킨 '간디'의 비폭력 무저항운동은 어때? 제국주의가 횡행하던 세계사에 중요한 경종을 울리고 우리의 3·1운동에 영향을 주었으니 세계적 범위에서 의미 있는 사례가 되겠구나.

교과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도 않고.이렇게 적절한 구체적 사례를 생각해 내도록 요구하는 문제 형식은 서강대가 단골로 사용하니까,2학기 수시 준비하는 친구들은 이런 연습을 많이 하도록 해.

◆문항3 해설

이 문항은 분분한 해석을 낳고 있는데,너희는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돼.고등학생다운 글을 쓰면 족하니까.

제시문 독해도 너희답게 하면 되는 거야.알지? 꼼꼼히,그러나 모르겠으면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면서 여러 번 읽고 핵심 단어와 문장을 풀어 써 보는 거야.

논제가 두 제시문의 관점이 대립함을 암시하고 있다고 해도 제시문 [나]와 [다]만 먼저 읽으면서 대립 구도를 찾으려고 하면 안 돼.제시문 [가]를 따로 준 이유가 있을 테니까.

이 글은 두 단락인데,첫 문장과 끝 문장을 합치면 요약 문장이 될 거야.'원시인에게는 몸·영혼·정신이 엄격하게 구별되지 않고,개인으로서 존재하기보다는 사회적·신화적 공간 안에서 존재한다' 정도가 될까?

두 번째 제시문인 데카르트의 글이 어렵긴 하지만,아주 낯설진 않을 거야.윤리 교과서에서 짧게나마 접했을 테니까.

그런데 이게 함정이야.데카르트의 회의주의에 대해 들어서 알고 있는 지식을 중심으로 글을 쓰면 안 돼.제시문의 밑에서 세 줄을 요약하면 '정신은 어떠한 물질적 사물에도 의존하지 않는 존재이다'가 되는데,이게 첫 번째 제시문 및 세 번째 제시문과 뚜렷하게 대립하는 문구지.

첫 번째 제시문에서 원시인은 몸과 정신과 세계가 미분리 상태였음을 말하고 있는 바와 대립되잖아.데카르트가 말하는 세계 및 사회 관계와 완전히 구분되는 인간 정신의 자유로움과 절대성이 느껴지니?

세 번째 제시문은 데카르트와 대립되니까,어떤 내용일까? '몸과 정신이 다시 일체가 된다'일까,아니면 '정신보다 몸이 중요하다'일까? 이런 내용이거나 이와 모순되는 내용이 핵심 문장이 되겠지? 선생님은 '상호 관계의 그물에 포함될 수 있는 권리로서의 자유',그리고 '특정 시간에 몸담았던 가상 세계에서의 짧은 토막의 파편들로 이루어진 다중 인격자' 정도가 눈에 띄는구나.

제시문 후반부에 가면 '일관된 참조의 틀이 없어 참을성과 주의력이 없는 아이들'에 대한 비판도 눈에 띄지? 여기서 두 제시문의 서로에 대한 비판을 시작하면 될 거야.

윤대경 Sㆍ논술 압구정점 부원장 ybkby2@non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