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구 < 논설위원 >

삼진(三振)아웃. 야구에서 타자가 스트라이크 세 번을 당하면 아웃되는 것이다. 이 제도는 야구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폭넓게 원용되고 있다. 음주운전 세 번이면 면허가 취소되는 것은 물론 직장에서도 인사상의 불이익까지 감수해야 한다. 카드 회사들은 가맹점이 불법행위를 세 차례 하면 가맹점 계약을 취소하고 있고,국세청은 현금영수증 발급을 세 번 이상 거부한 업소는 우선세무조사 대상으로 삼는다. 심지어는 연수 성적이 세 차례 연속 저조한 영어교사들을 행정직으로 강제 전직시키도록 하는 법안까지 추진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한두 번의 실수나 실패는 용서할 수 있지만 세 차례 연속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관용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온 국민적 관심을 모으는 사안 중에도 삼진아웃제의 적용을 받아야 마땅할 만한 것이 있다. 얼마전 노사정이 진통 끝에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노사로드맵)에 대한 합의에 이르렀지만 이번에도 여기에 포함되지 못한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및 복수노조 허용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1997년 법제화를 하고서도 노사 대립 때문에 5년간 적용을 유예하고, 그것도 모자라 5년을 더 유예했는데 또다시 3년이나 더 유예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결론이 났으니 참으로 허탈하다. 다른 분야 같았으면 3연속 실패로 사안 자체가 퇴출당했을 상황이다. 그 긴 준비와 적응의 시간 동안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또 그런 법은 왜 만들었는지 의아해지는 것도 당연한 노릇이다. 김영삼 김대중 정부에 이어 노무현 정부도 해결하지 못한 일이라면 다음 정권 때 역시 똑 같은 일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지극히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런 형편이라면 이들 사안의 처리에 대해선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문제와 복수노조 허용 문제를 동시에 패키지로 처리하는 것이 과연 옳은 방법인지부터 판단해봐야 한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사용자 측에 유리한 것으로, 복수노조는 노동자 측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바로 그게 문제다. 노·사 양측에 각각 하나씩 유리한 것을 동시에 다루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다. 노측이든 사측이든 이들 사안이 통과될 경우 거센 내부 반발에 부딪칠 것이 분명한 만큼 이를 우려해 두 사안을 모두 유예시키면서 서로 체면을 살리는 형태로 기울게 된다는 이야기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런 양상은 전혀 변함이 없다.

따라서 양대 핵심 쟁점을 패키지로 다루는 방식은 이제 접고 사안별로 개별처리를 추진하면 어떨까 싶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가 됐든, 복수노조 허용 문제가 됐든, 한 가지만 먼저 집중적으로 논의해 완전한 결론을 낸 후 다른 한 가지를 다루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이야기다. 두 사안이 직접적 관련이 없는 사안인 만큼 그런 필요성은 더욱 크다. 또 그리 되면 다른 사안을 핑계로 협상을 파국으로 몰아가는 일도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다. 두 사안의 동시처리를 추진하다 삼진을 당한 노사정이 사진(四振)이란 진기록을 피하기 위해선 이런 방법 외에 달리 뾰족한 수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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