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가 국민은행과 체결한 외환은행 매각 계약의 파기 가능성을 연일 언급해 주목을 끌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같은 발언에 대해 검찰 수사의 조기 종결과 신속한 매각대금 납입을 요구하는 시위성이나 내부 통제용으로 보면서도 매각 연기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 론스타 계약파기 경고..시위용(?) = 그레이켄 회장은 미국 뉴욕에서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를 통해 내달 16일까지 검찰조사의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예정된 계약이행을 마무리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외환은행 매각 본계약 체결 때 정한 120일의 매각대금 납입 유예기간이 끝나는 다음달 16일까지 대금을 받지 못할 경우 계약이 자동 폐기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레이켄 회장은 앞서 21일에도 검찰 수사에 의해 외환은행 매각이 위기에 처했으며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금융권은 론스타의 잇따른 계약 파기 경고가 실제 외환은행 매각 무산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을 대체할 새로운 인수 후보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인수에 적극적이었던 싱가포르개발은행(DBS) 등 해외 금융기관이 대안이 될 수 있으나 국내 사법당국과 조세당국에 저항하고 있는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모험을 단행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결국 검찰과 국세청 등 정부 당국에 신속한 조사 마무리를 촉구하면서 국민은행 측과의 재연장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 내부 단속용.가격 높이기용 등 `설' 난무= 그레이켄 회장의 발언이 한국에서 받아들여지는 것과 달리 미국내 론스타 펀드 투자자들을 향하고 있다는 발언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 한국 정부에 대한 비난 발언 등을 통해 대금 입금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 론스타가 협상력 때문이 아니라 한국 정부 탓이라는 점을 주주들에게 설파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는 론스타가 계약조건 변경없이 계약을 연장하는 등 향후 전개될 상황에 대해 미리 움직일 여지를 만들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론스타는 2003년 10월 외환은행에 대한 대금을 입금했으며 2005년 10월부터 매각제한이 해제되자마자 매각을 시도, 5월에 국민은행과 본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9월16일까지도 대금이 입금되지 않으면 매각 제한 해제 후 1년, 본계약 체결일로부터 4개월간이나 공전을 거듭하는 셈이다.

이 경우 주주들로부터 최종적인 협상력이 없다는 질책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대금을 회수하지 못해 다음 투자를 실행하지 못하는 데 대한 기회비용의 문제도 제기된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국민은행과 재협상을 통해 가격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장기간의 감사원과 검찰 수사에도 불구하고 2003년 외화은행 인수와 관련한 불법성이 드러나지 않고 있어 최악의 경우 외환은행 매각을 무기한 연기하고 가격 높이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국민은행과 론스타간 본계약 체결 때 외환은행의 주당 인수 가격은 `먹튀'에 대한 비판 여론 등 영향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시보다 200원 낮아진 1만5천200원으로 결정됐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론스타가 최근 LG카드 매각을 지켜보면서 국부유출 논쟁 등으로 외환은행 매각가격이 낮게 책정됐다는 불만을 품었을 수 있다"며 "외환은행 실적도 좋은 편이라 가격을 높이기 위한 재협상을 검토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 국민銀 "원론적 발언에 불과" = 국민은행은 그레이켄 회장의 발언 진의를 파악하는 데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그레이켄 회장의 발언은 원론적인 수준"이라며 "국민은행 역시 계약이 만료된 이후 계약의 연장 및 변경, 파기 등을 모두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5월에 국민은행과 론스타가 체결한 본계약의 유효기간이 9월16일이기 때문에 해당 시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이 관계자는 "계약만료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자문사를 통한 실무 접촉만 있을 뿐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론스타가 계약 만료를 앞두고 국민은행과 한국 정부를 자극하고 있지만 진의가 분명하지 않은 만큼 국민은행이 섣부른 대응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협상 시작을 앞두고 계약 당사자인 론스타와 국민은행이 샅바싸움을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박용주 기자 harrison@yna.co.kr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