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당 출입기자들에게 대선주자들의 동정이 생중계되다시피 전달되는 것이 일상화 됐다.

차기 대선이 아직 1년3개월 이상 남았는데도 이메일을 열면 이들이 논밭에서,공장에서,광산에서 땀방울을 쏟아내며 일하는 모습과 재계·시민단체와 만나 나눈 얘기들이 시시각각으로 올라와 있다.

'바다이야기'에 파묻혀 뉴스 순위에 뒷전으로 밀려 있지만,대선 주자들 사이에 이렇게 '민심탐방'경쟁이 후끈 달아오른지 오래다.

테이프를 끊은 사람은 한나라당 소속 손학규 전 경기지사.지난 6월30일 지사직 퇴임식 직후 곧바로 '100일 민심대장정'에 오른 그는 '풍찬노숙(風餐露宿)''동가숙 서가식(東家宿 西家食)'하며 '민초'들과 부대끼고 있다.

구레나룻 수염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덩달아 그의 지지율도 올라가고 있다.

뒤질세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가세했다.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경부운하'건설을 위한 지역방문을 지난 17일 시작했다.

'파워코리아 미래비전 정책탐사'란 이름이 붙었다.

지역 주민들을 만나거나 창원 울산 등 공단을 훑으면서 '바닥'을 챙기고 있다.

호남 및 해외 탐사도 계획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도 바쁜 하한기를 보내기는 마찬가지.일자리 창출 등 '먹고 사는 문제'에 무게가 실린 '뉴딜'을 내세워 백방으로 뛰었다.

재계와 잇달아 만나 '출자총액제한제 폐지'를 비롯한 '보따리'들을 풀어 놓았다.

그는 노동계·시민단체 등과 접촉면을 넓히며 민생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고건 전 총리나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등도 '민심 순례'를 검토하고 있다.

그야말로 민심 챙기기를 하지 않으면 대선 주자 축에도 끼지 못하는 모양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일단 "신선하다"는 긍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대선을 겨냥해 여의도 주변에서 둥지를 틀고 앉아 상대의 약점을 공격하거나 세싸움을 벌이는 것 보다는 '백번 천번 낫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내에선 "대선주자들이 당의 '웰빙 이미지'탈색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반기고 있다.

당 지지율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당 관계자는 "민심탐방을 응원하는 글이 당 홈페이지에 많이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에선 김 의장의 '뉴딜'에 대해 대체적으로 호의적이다.

당 내외 일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선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게 큰 기류다.

김 의장 자신도 친기업적 성향의 뉴딜이 '투사'에서 '뉴(NEW)김근태'로 탈바꿈시키는 기회로 삼으려는 태도다.

하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그들 앞에는 더 큰 과제가 놓여 있다.

'체험 마케팅'이 진정 국민들 삶의 질을 높이는 튼실한 정책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이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이들의 민심탐방은 단순한 보여주기식 이벤트,'쇼'였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민심탐방을 마감하고 본격 대선경쟁에 돌입하는 즈음에 이들이 '웰빙'과 '투사'를 완전히 뛰어넘어 멋진 정책 대결을 펼치길 기대해 본다.

홍영식 정치부 차장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