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정에 맞춰 정해진 목적지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오는 여행은 진짜 여행이 아니지요.

시간에 쫓기지 않으면서 어디든지 멈추고 싶은 곳에 머물러 즐길 수 있는 것이 자동차 여행의 장점입니다."

유럽 전역을 자동차로 여행한 경험을 담아 최근 '굴러라 유럽'(소울키친)이라는 제목의 두툼한 책을 펴낸 박범진(31)·최진희씨(27) 부부는 '진정한 여행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자동차 여행(오토캠핑)의 장점을 이렇게 자랑했다.

박씨 부부는 2004년 5월 신혼여행을 겸해 한 달짜리 유럽 자동차여행을 다녀온 뒤 자동차여행의 매력에 푹 빠졌다.

여행에서 돌아온 부부는 자동차 여행자를 위한 정보를 찾느라 인터넷과 전화에 매달려 고생했던 경험을 살려 직접 자동차여행 안내서를 써 보자고 마음먹었다.

서너 달 준비를 마친 뒤 그해 10월 다시 유럽 전역을 훑는 자동차 여행길에 올랐다.

53일간 14개국의 361개 도시를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풍경과 여행자료를 챙겼다.

박씨 부부는 애초부터 뚜렷한 목적지를 설정하거나 관광지나 유적지만 찾아다니지는 않았다.

그저 달리는 차창 밖으로 우연히 눈에 들어온 아름다운 풍경과 정겨운 시골 마을이 목적지이자 기착지였다.

미혼 시절 '배낭여행'을 신봉했던 아내 최씨는 "대부분의 관광지는 이미 대중매체를 통해 알려질 만큼 알려져 있어 막상 실제로 가 보았을 때는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기차역을 따라 관광지만 찾아 사진 몇 장 찍고 돌아오는 여행은 이제 식상하다"고 말했다.

뜻하지 않은 난관도 많았다.

체코에서는 눈밭에 자동차 바퀴가 빠져 두 시간 동안 꼼짝도 못 했고,독일에서는 캠핑카의 보일러 연료로 쓰이는 가스통의 규격이 이웃 나라와 달라 추위에 떨며 잠을 자기도 했다.

그러나 남편 박씨는 "그런 일들조차도 모험과 탐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니 별로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캐나다에서 유학원 사업을 시작하게 된 박씨 부부는 28일 현지로 떠났다.

하지만 이들의 자동차여행은 계속될 예정이다.

준비가 되는 대로 오는 9월께 알래스카를 자동차로 누빌 계획이다.

"개썰매도 타고 물개도 보면 재미있지 않겠어요."

글=유승호·사진=김병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