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는요 쉬는 날엔 꼼짝도 하기 싫으시대요.

그래서 이도 안 닦고 밥도 침대 위에서 먹고 컴퓨터로 게임할 때도 침대에 책상 펴놓고 하세요."

초등학교 2년생 현민군(가명)이 들려주는 아빠 최헌씨(39·가명)의 휴일 모습은 요즘 갈수록 시장에서 파워가 커져가는 '귀차니스트'의 전형이다.

꼼지락거리는 일이라면 질색을 하는 귀차니스트들.시장에는 이들을 겨냥한 아이디어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시장 규모는 품목별로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500억원대까지 천차만별이지만 공통된 것은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이다.

우선 먹거리로는 줄만 당겨놓으면 15분 내에 먹을 수 있는 즉석조리 제품이 있다.

참맛(대표 조병철)이 선보인 '참 맛있는 밥' 시리즈(4500~5500원)는 종이포장상자 윗면에 있는 줄만 잡아당기면 내장된 발열팩이 열을 내면서 내용물을 데워준다.

먹고 난 후 설거지도 필요없다.

군부대용 전투식량 및 레토르트포장식품 제조업체인 참맛이 7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선보인 제품이다.

종류는 자장밥과 카레밥 마파두부밥 등 세 가지가 있다.

과일 깎기도 '큰 일거리'로 여기는 귀차니스트들에겐 자동과일깎이가 필수품이다.

사과나 배 등 과일을 고정핀에 꽂은 후 손잡이만 돌려주면 과일 껍질이 깎여지고,깎은 과일을 슬라이서로 누르면 8조각으로 예쁘게 잘려지기까지 한다.

이 닦기조차 번거로워하는 귀차니스트들을 위해서는 칫솔과 물 없이 간편하게 양치질할 수 있는 제품도 나왔다.

진보(대표 윤선미)가 선보인 발포성 치아세정제 '덴포'(60정 1만8000원)는 알약 형태의 치약을 입안에 넣으면 공기방울이 생기면서 용해돼 치아의 플라크(치면세균막)와 유해균을 제거해 준다

청소도 가장 하기 귀찮은 일 중 하나.

버튼 하나만 누르면 청소공간을 스스로 계산해 말끔하게 청소해주는 로봇청소기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시중에는 외국산을 포함,5~6개사 제품이 나와 있는데 올해 시장 규모는 1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빨래는 어떤가.

휴대용 얼룩제거기(9900원)는 얼룩이나 찌든 때 부분에 문지르면 옷감 손상 없이 깨끗하게 얼룩을 제거해준다.

작은 얼룩 하나 때문에 옷을 빨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

넘치는 뱃살을 빼야겠는데 운동하기는 싫은 귀차니스트들에게는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알아서 운동시켜 주는 진동운동기가 효자다.

일명 '덜덜이'라고 불리는 진동운동기는 강력한 모터 회전을 이용해 몸에 진동을 주고 근육을 수축·이완시키면서 운동 효과를 낸다.

가격은 종류별로 41만5000원부터 100만원 초반대까지 있다.

비타민 등을 물에 타 먹을 때 컵을 따로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상품도 나왔다.

제이엠피(대표 손경수)가 특허 등록을 낸 '이중마개'는 비타민이나 약재 등 첨가물을 용액과 분리해 놓고 있다 뚜껑을 개봉하면 서로 섞이면서 마실 수 있도록 고안한 제품이다.

아예 침대에서 떠나기 싫어하는 '초절정' 귀차니스트에게는 접이식 책상(약 4만원)이 더할 나위 없이 유용한 제품이다.

45도의 각도 조절이 가능해 침대나 소파에서도 컴퓨터를 사용하거나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런 제품들이 마냥 반갑기만 하다는 우리의 귀차니스트 최헌씨가 아들에게 하는 말."내가 이러니까,네가 나 좀 이렇게 하지 않게 해주면 안되겠니?" '이렇게'가 뭔지 풀어 설명하기도 귀찮은 모양이다.

김현지 기자 nuk@hankyung.com

이재욱 인턴기자(성균관대경영학부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