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많은 것들이 변했다.

1970년대 중반에만 해도 미국의 미시간주에서 일본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것은 타이어가 터지거나 차문이 잠겨버리는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오늘날엔 미국 자동차 회사인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이른바 '빅 3'의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블루칼라(생산직 노동자)들이 이곳저곳에서 불평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요즘 미국 중서부 지역의 모든 사람들은 고향에 갈 때 혼다를 찾고 있고 혼다는 더 이상 일본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미국 노동자들을 위한 회사로 여겨지고 있다.

최근 혼다는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남동쪽으로 47마일 떨어진 그린버그에 5억5000만달러를 들여 공장을 설립할 계획을 발표했다.

2000년 이후 디트로이트에선 9만8000여개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이를 반영하듯 요즘 포드 회사의 배지를 달고 다니는 것은 해고가 다가왔다는 것을 의미할 정도다.

반면 혼다 배지를 달고 있다면 세계적인 하이테크 기업에서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디애나 주 정부는 혼다공장을 그린버그에 유치하기 위해 조세혜택과 도로 건설 등 1억4000만달러 이상의 인센티브를 혼다에 제공했다. 지난달 디트로이트의 한 언론은 "왜 혼다 공장을 디트로이트에 유치하지 못했느냐"고 보도하기도 했다.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번창하던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효율성 높은 일본 자동차의 역습으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경제 주간지 포브스의 한 필자는 이를 일본의 '경제적 진주만 공습'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실로 GM과 포드는 뒤처지고 도요타 닛산 등 일본 자동차 브랜드는 안전성과 경제성 등을 무기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디트로이트가 대형 차량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혼다는 작은 차량 만들기에 힘을 쏟았다.

그후 큰 변화가 왔다.

혼다는 1979년에 미국 오하이오주 메리스빌에 첫 공장을 세웠다.

포드가 미시간에서 조립 공장을 폐쇄하는 동안 혼다는 오하이오에 공장을 지어왔다.

현재 혼다는 연간 16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혼다와 같은 회사 덕택에 디트로이트를 떠나 노동조합이 강하지 않은 지역에서 자동차 생산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혼다는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힘이 약한 소도시에 거대 공장을 지어나가고 있다.

그린버그 공장의 경우 1700에이커(약 210만평)의 초원에 공장이 지어질 예정이다.

디트로이트가 삐걱거리고 있을 때 혼다의 오하이오-인디애나는 번성하고 있다.

인디애나의 그린버그는 좋은 학교와 의료 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혼다에 취직하게 될 인디애나 주민들은 새로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있다.

헨리 포드가 농장을 공장으로 바꿨듯이 혼다가 이를 실행해 나가고 있다.

혼다는 이제 미국산 차를 만들고 있다.

정리=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이 글은 미국 툴레인대학교의 역사학과 교수인 더글러스 브링클리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인디애나 주민,혼다'(Hoosier Honda)라는 제목으로 쓴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