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양상추(상품,8㎏ 한 상자)의 경락가였던 9500원부터 호가(呼價)가 시작됐지만 30초도 지나지 않아 중매인들의 수신호는 2만원을 넘어섰다.

이날 양상추의 최종 경락가는 2만7500원으로 하루 새(거래일 기준,16일은 휴장) 189%나 치솟았다.

여름철 채소류 주산지인 강원 경기 등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에 이어 시설작물 재배지인 남부지방에까지 '물폭탄'이 이어지면서 농산물 가격이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큰 폭으로 치솟고 있다.

그간 태풍,장마 등 자연재해가 있을 때마다 농산물 가격이 들썩거리곤 했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일주일 새 집중호우가 전국을 고루 휩쓸고 지나가 품목을 막론하고 채소류 전체가 가격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오름폭도 2003년 한반도 동부와 남부를 휩쓸었던 태풍 매미 때보다 훨씬 크다.

17일 서울농수산물공사 집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농산물 도매시장인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의 채소류 가격이 하루 새 평균 60% 가까이 급등했다.

배추(상품 10kg)가 5900원으로 직전 경매일(3125원)보다 89%나 오른 것을 비롯해 양배추(상품 8kg)가 2200원에서 4800원으로 118% 뛰었고,무(상품 15kg)도 5800원에서 1만350원으로 78% 뜀박질했다.

이 밖에 양상추가 189%,대파는 110%,풋고추 119%,백오이는 120% 오르는 등 채소류 전반의 가격이 최고 세 배까지 크게 올랐다.

가락시장 채소 가격 표준지수도 145.71로 15일(92.69)에 비해 53.02포인트 올랐다.

하루 만에 58%나 뛰어오른 것.가격이 이처럼 크게 인상된 것은 전국적으로 채소 반입량이 줄어든 가운데 사재기 수요가 겹쳤기 때문이다.

이날 가락시장 전체 채소 경매물량은 2498t으로 15일(3356t)보다 26% 정도 줄었다.

가락시장 관계자는 "대형 급식업체 등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중간도매상들은 보통 휴일엔 물건을 떼러 오지 않는데 오늘은 이상할 만큼 많이들 나왔다"고 전했다.

한편 태풍 매미가 전국을 휩쓸고 간 직후인 2003년 9월20일의 경우 가락시장 채소류 경락가는 전일보다 배추가 21%,대파 28%,풋고추는 29% 올랐었다.

당시 태풍 매미로 인해 약 15만㏊의 농경지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는 데도 농산물 가격 인상폭은 20~30% 정도에 그쳤던 것.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농산물 가격급등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농협유통 도매부문 관계자는 "이번 비가 여름에 채소가 많이 나는 강원도와 경기 북부에 집중된 데다,장마전선이 한반도를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전국에 비를 고루 뿌려 전국적으로 채소 작황을 망쳐놨다"며 "연휴가 끝나고 대형 마트(할인점)와 소매상의 비축물량이 바닥나면 소비자가격이 앙등하는 등 본격적인 후폭풍이 불어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