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저축은행 자금 담당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김모 대리는 요즘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

다른 회사 사람들은 휴가철이라며 모두 마음이 들떠 있지만 김 대리는 휴가를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

다른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과 식사한 번 할 여유도 없이 연일 야근이다.

휴가는 8월말로 일단 미뤄놨다.

7월 휴가철을 맞이하는 저축은행 직원들은 대부분 김 대리와 사정이 비슷하다.

저축은행은 금융기관 중 유일하게 6월결산 법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축은행은 6월과 7월에 가장 바쁘게 돌아간다.

특히 기획과 회계 분야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7월에 휴가를 갈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각각 3월과 9월이 결산인 증권사와 보험사 직원들이 느끼지 못하는 애환이다.

12월 연말에 결산을 하는 은행에서 일어나지 않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7월을 넘기면 한 숨돌릴까 싶지만 그 다음은 주주총회가 기다리고 있다.

결산보고를 한 뒤 90일 이내에 주총을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의 능률이 떨어지는 여름을 가장 정신없게 보내야 할 저축은행 직원들은 가끔 푸념을 늘어놓기도 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는 저축은행이 반드시 6월에 결산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때 6월 결산이 의무사항처럼 된 관례 때문에 여전히 6월에 결산을 하고 있다"며 "여름 휴가를 생각하면 결산 시즌을 12월로 돌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저축은행에게 7월이 잔인한 달로 자리잡고 있어서 인지 저축은행들은 휴가 시즌을 겨냥한 특정 이벤트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또한 최근 시중 은행들이 특판 예금으로 이자율 면에서 턱밑까지 치고 올라와도 이자를 올리지 않았던 것처럼 한시적인 상품도 잘 내놓지 않는다.

물론 은행이나 카드사에 비해 전체 고객 수가 많지 않아 휴가철 이벤트나 한시 상품을 내놓을 유인을 느끼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이벤트와 한시 상품에 약한 저축은행 업계에서 올여름 그나마 몇 가지 행사가 열리고 있다.

토마토 상호저축은행이 가장 대표적이다.

토마토 상호저축은행은 본점 신축이전을 기념해 이달 3일부터 내달 31일까지 2000만원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고객 중 당첨된 1등 5명에게 8박9일 유럽여행권 2장씩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행사 기간 중 가입 고객에게는 모두 기념품을 제공한다.

현대스위스 상호저축은행은 월드컵 열기를 이어가려 하고 있다.

현대스위스는 올해 K-리그 입장권 2장 이상을 가져오는 고객을 상대로 일반 정기적금 이율에 특별이자 0.3%p를 가산해주는 '축구사랑 정기적금'을 7일부터 50억원 한도로 판매 중이다.

가입 기간은 1년부터 3년까지 세 종류다.

한 달에 저축할 수 있는 액수는 10만원에서 100만원까지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