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신문 7월1일자 A2면

헌법재판소가 신문법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법률 개정의 방향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대체입법을 주장하는 한나라당과 일부 보완만 하겠다는 열린우리당의 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경영자료 제출과 관련,신문업계는 신문발전위원회가 마련한 신고서식이 영업활동을 제약하는 과도한 요구라며 재조정을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헌재가 신문법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대체입법안을 마련해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겠다고 30일 밝혔다.

(중략)… 한국신문협회는 30일 신문법에 따른 경영자료 신고 기한 및 신고 항목을 재조정해줄 것을 문화관광부와 신문발전위원회에 요청했다. 당초 신문발전위원회는 전국의 일간신문사에 대해 지난 5월31일까지 경영자료를 제출토록 했으며 6월30일까지 추가 신고토록 했다. (중략) …문화관광부는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린 부분에 대해서는 언론계와 국회 등 관계기관·단체 등과 협의 및 공청회를 거쳐 조속히 보완한다는 입장이다.

홍영식·서화동 한국경제신문 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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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시행에 들어간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 법의 핵심 조항들이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데 이어 후속조치 문제를 놓고 또다시 시끌벅적하다.

헌법소원을 청구한 쪽에서는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이 정부에 비판적인 몇몇 신문을 옥죄기 위해 만들어진 악법이란 사실이 증명됐다며 반헌법적 독소조항들을 당장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언론 자유나 시장원리에도 어긋나는 이 법을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와 여당 측에서는 일부 조항에 위헌 판정을 내렸지만 언론시장 정상화를 위한 각종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은 신문법의 취지를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측이 패배했다는 것이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규제를 한층 강화한 법 개정운동에 나설 움직임이다.

시민단체 등 정간법 대체 신문법 제정 운동

언론법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의 발단은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이 왜곡된 신문시장의 질서를 바로잡고 우리 사회에 여론의 다양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언론개혁운동을 펼치기 시작한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은 1998년 '정기간행물 등록에 관한 법률(정간법)'개정안을 15대 국회에 제출하는 등 정간법 개정운동을 벌인 데 이어 2004년부터는 정간법을 대체하는 신문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여야는 신문법 제정을 비롯 국가보안법 폐지,과거사진상규명법 제정,사학법 개정 등 이른바 '4대 개혁입법'을 놓고 대치해 오다가 2004년 12월31일 신문법만 통과시켰다.

하지만 협상과정에서 여야는 신문사 사주의 소유제한규제를 당초 안보다 대폭 완화하는 등 입법취지를 크게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이로 인해 시민사회단체에서 신문법을 다시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이 법의 시행령이 만들어지기도 전인 지난해 3월과 6월 잇따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이어 올 1월20일에는 서울중앙지법이 언론중재법 제14조 2항(정정보도 청구권)에 대해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했다.

핵심조항 위헌 판정으로 정당성 훼손

헌재는 이번에 일부 메이저 신문사를 겨냥한 '표적 입법'이라는 논란을 빚어온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정' 조항에 대해 위헌 판정을 내렸다.

발행부수만을 기준으로 신문시장의 점유율을 평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시장 지배력에는 서로 다른 경향을 가진 신문에 대한 개별적 선호도도 작용한다고 판단했다. 시장 지배적 지위는 발행부수보다 독자의 개별적,정신적 선택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신문발전기금을 주지 않도록 한 규정에 대해서도 위헌 결정이 났다.

독자 선호도가 높아서 발행부수가 많다는 점을 이유로 신문사업자를 차별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평등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또한 타 신문 및 통신사 지분 50% 이상 소유금지 조항은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으며 언론중재법의 정정보도청구소송은 가처분 절차에 따르도록 한 조항도 위헌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신문법의 대표적 독소규정인 경영정보의 공개의무 부여조항은 합헌 결정을 받았다.

이처럼 일부 조항에 대해 합헌 또는 각하 결정이 내려지기는 했지만 핵심 조항들이 위헌 판정을 받음에 따라 신문관련법의 정당성이 크게 훼손됐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신문산업 발전시킬 제대로 된 법 제정해야

그런 점에서 이번 위헌 판정에 따른 후속조치가 시급히 이뤄져야 할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핵심 조항들이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만큼 이들 법의 전면 개정이 불가피한 형편이다.

게다가 기업의 경영전략이나 통상적인 개념의 영업비밀에 관한 정보까지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위헌여부를 떠나 신문기업의 존립을 위협하는 독소조항임에 틀림없다.

특히 이 조항에 의해 얻어진 영업비밀이 정부에 의해 악용될 경우 언론탄압의 수단으로 활용되리란 점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부분적인 수정이나 보완이 아니라 자유시장경제 체제와 헌법정신에 맞는 법을 다시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신문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제대로 된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 기회에 아예 신문법을 폐기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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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신문법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을 말한다.

1987년 말 언론기본법 대신 제정된 '정기간행물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정간법)'을 전면 개정해 만든 법으로 2005년 7월28일부터 시행됐다.

정기간행물의 발행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사회적 책임을 높여 언론 발전과 독자 권익보호를 꾀한다는 취지다.

일부위헌결정
위헌심판의 대상이 된 법률 조항 전체가 아니고 조항의 일부에 대해 내리는 위헌결정으로 일부위헌선언이라고도 한다.

헌법불합치결정
헌법재판소가 심판대상 법률이 위헌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즉각적인 무효화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 일정 기간 법을 존속하게 하는 결정을 말한다.

대표적 사례로는 유공자 가족 공무원시험 가산점 규정 등이 있다.

4대 개혁입법
참여정부가 추진한 국가보안법 폐지,과거사 진상규명법 제정,사립학교법 개정,언론관계법 개정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