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매각작업이 심각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채권단을 대표해 매각업무를 맡고 있는 산업은행이 증권거래법의 '공개매수' 조항을 위배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LG카드 매각 절차가 전면 중단됐다.

최악의 경우 매각 작업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최종 인수자 선정이 내년으로 연기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공개매수 조항 위반

13일 금융감독위원회와 산업은행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감독당국은 LG카드 매각과 관련,증권거래법의 공개매수 규정을 따라야 하는지 여부를 놓고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으며,이 작업이 끝날 때까지 LG카드 매각 절차를 잠정 중단했다.

증권거래법상 주주 10인 이상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주식을 5% 이상 매수할 때는 공개매수 절차를 밟아야 한다.

LG카드의 경우 주식을 갖고 있는 채권단은 은행 8개,보험사 6개 등 14개이며 매각 대상 지분도 최소 51%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공개매수 대상에 해당한다.

금융계 관계자는 "산은이 규정을 간과하고 매각을 시작했다가 뒤늦게 금융당국으로부터 지적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만약 공개매수 규정을 따르면 LG카드 매각 작업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채권단 지분뿐만 아니라 소액주주 지분까지 사야 하는 등 매각 절차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공개매수의 예외 조항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적용된 기업과 구조조정을 위한 워크아웃 기업은 공개매수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

산은 관계자는 "LG카드는 워크아웃 기업으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구조조정 적용 대상 기업이어서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환 금감위 감독정책2국장은 "현재 LG카드 매각건이 공개매수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며 "검토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매각이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업무태만

금융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인수·합병(M&A) 초보자도 범하기 힘든 실수를 M&A시장의 '큰손'인 산업은행이 저질렀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몸값이 5조원을 넘는 회사를 매각하면서 법률자문을 중견업체인 법무법인 서정에 맡겨 대외신인도 하락을 자초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한 관계자는 "서정이 M&A 관련 자문쪽에서 나름대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로펌이라 하더라도 5조원짜리 회사를 매각하는 국제입찰의 법률자문을 맡기에는 중량감이 떨어져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결과적으로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서정은 최근 구속된 박상배 전 산은 부총재가 고문으로 있던 곳이어서 자문사 선정 과정이 아무리 투명했다고 하더라도 문제의 소지가 있었던 곳"이라고 덧붙였다.


○인수 후보군 반응

농협 신한금융지주 등 LG카드 인수 후보들은 "공개매수 예외조항을 적용받을 수 없다면 산업은행이 채권단 가운데 LG카드의 지분이 적은 금융회사의 보유지분을 사들여 채권단을 10곳 미만으로 줄이는 방식 등을 동원해 종전의 매각 절차를 그대로 밟아나가는 게 좋다"는 입장이다.

공개매수 절차를 밟을 경우 LG카드 인수자가 채권단 지분뿐 아니라 소액주주의 지분까지도 인수해야 돼 매입 비용이 당초 예상보다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주식시장에서 LG카드 주가는 코스피지수가 35포인트 폭락하는 약세장 속에서도 '소액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LG카드지분에 대해 공개매수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상승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