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

시장경제를 구성하는 주요 구성원인 소비자는 효용극대화의 원리에 따라 행동하고 기업은 이윤극대화의 원리에 따라 행동한다. 그렇다면 시장경제의 심판자 역할을 해야 할 관료와 정치인은 어떠한가. 공공선택이론에 따르면 이들도 크게 다를 바 없다. 공익을 추구하는 듯 보여도 알고 보면 사익추구적 측면이 있다. 우선 관료는 자신의 책임 하에 집행되는 예산의 극대화를 위해 노력한다. 그러고 보면 해마다 연말이면 멀쩡한 보드블록을 교체해서라도 다음해 예산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관료들의 집요함이 이해가 간다.

안 쓰면 안 되냐고 질문하면 대답은 뻔하다.

내년에 예산이 깎여서 안 된다는 것이다.

별로 필요 없는 예산이라도 한번 반영된 이상 깎이면 큰일 난다. 자신이 집행하는 예산은 극대화돼야 한다.

정치인은 어떤가. 입만 열면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지만 이들의 관심사는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한 득표극대화일 뿐이다.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는 역시 부동산 문제이다.

부총리,장관,국책연구원장 등이 차례로 나서서 화살을 쏘더니 드디어 청와대 정책실장이 나서서 확실하게 못을 박았다.

"회군은 없다"는 것이다. 그리 자주 쓰이지 않는 회군이란 용어가 쓰인 걸 보면 현 정권은 부동산과의 '전쟁'을 치르기로 작정한 듯하다. 그동안 정부가 남발한 각종 선심성 공약과 균형발전정책으로 인해 부동산가격이 상승한 부분에 대한 미안함이나 책임의식은 없다. 부동산 가격 급등 지역을 버블세븐이라는 다소 만화캐릭터 같은 단어로 규정하더니 이 지역에 대해 엄청난 공격을 퍼붓고 있다.

"너희들은 이미 '보유세'에 의해 포위됐다.

빨리 집을 팔고 '양도세'를 낸 후 투항하라"는 식의 메시지가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시작된 양극화의 흐름은 이 정권에 와 더욱 심화됐다. 성장이 둔화되면 제일 먼저 타격을 받는 건 경제적 약자들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현 정권은 무너진 성장동력을 재가동시키는 것 보다는 문제를 야기한 원인이 기득권층에 있다는 식으로 화살을 돌리고 있고 이 문제를 부동산문제를 통해 집중 거론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을 둘러싼 논의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집권여당이 이를 이용해 자신의 지지층 확대를 도모하고 득표극대화 전략으로 사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공급확대 문제나 특정지역 부동산만을 겨냥한 가격 떨어뜨리기 정책이 가진 부작용 등과 관련해 차분한 토론이나 합리적 대안의 모색은 생략된다.

오직 가진 자 혹은 버블세븐(이제는 용산지역이 추가돼 버블에이트 아닌가)에 사는 자들을 공격함으로써 안과 밖을 분리해내고 이를 통해 득표를 극대화하려는 전형적인 분열정책만이 작동하고 있고 세금은 이 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무기로 쓰이고 있다. 그뿐인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는 와중에 부시 대통령에 대한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언급이 나오고 미군이 옮겨갈 평택지역의 시위에 솜방망이 대응을 하는 등 혼란스런 메시지가 전달되고 있다. 정치와 경제는 칼로 무 베듯 분리할 수는 없다.

두 나라가 서로 어깨동무하고 입장을 이해하면서 관세 없애고 자유무역 잘해보자는 것이 FTA의 기본 취지이다.

그런데 경제는 잘해보자면서 외교분야에서 얼굴을 붉혀버리면 협상이 제대로 진전될 리 만무하고 오히려 반미세력들이 반(反)FTA의 전선 아래 뭉치는 계기만을 제공할 따름이다.

4년 전 대선 당시 노란색이 왜 인기인가라는 질문에 "노무현 후보는 자주적 외교를 주장한바 있으며 양극화문제를 잘 해결할 것 같다"던 한 대학생의 대답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그런데 마치 고장난 축음기를 틀 듯 우리는 지금 4년 전과 똑같은 얘기를 다시 듣고 있다.

해결은커녕 오히려 더욱 악화된 듯한 이 화두들이 무늬만 바뀐 채 또다시 득표극대화의 밑천으로 이용되려는 지금,유권자들의 깨어있는 의식이 매우 절실하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상임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