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발간한 2002년 경제백서에 따르면 한·일 월드컵으로 우리나라가 거둔 경제효과는 26조원을 넘는다.

투자·소비지출 증가로 인한 부가가치 유발,국가브랜드 홍보,기업이미지 제고,수출 증가 효과 등을 합친 숫자다.

경기장 건설 등에 따른 고용창출 효과 43만명은 별도라고 분석돼 있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월드컵 유치에 열을 올렸던 많은 국가들이 경제적 효과를 강조하고는 했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의 상당수는 월드컵의 실물경제 효과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의 경제학자인 스테판 지만스키 교수(스포츠 경제학)는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월드컵 등 스포츠 이벤트 개최를 통해 장기적으로 경제적 이익이 발생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한다.

미국계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는 이달 초 월드컵이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월드컵 성적과 경제실력은 '별무상관'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월드컵 경제 효과의 '비용'

지만스키 교수는 '경제효과 회의론'의 근거로 △월드컵 개최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고 △관광산업도 일시 부양 효과에 그친다는 점을 든다.

대형 스타디움 1개를 짓는 데 수억달러가 들지만 다시 필요한 경우가 드물다는 설명이다.

"달랑 한 번 사용할 다리를 건설하는 것과 같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월드컵을 위해 지은 전국 10개 월드컵경기장 손익계산서는 서울 상암경기장을 제외한 대부분이 적자를 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04년도 전국 월드컵 경기장 운영수지를 분석한 결과 △대구 31억원 △인천 19억원 △전주 16억원 등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 관련,'월드컵,그 환희의 뒤끝'의 저자 안영도씨는 "이른바 월드컵의 경제적 유발효과의 중복 및 과장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그 효과가 결코 순이익이나 공짜이득(windfall)이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월드컵의 손익계산은 6월 한 달 동안 얻은 성과와 6년간의 나라와 국민이 바친 자금,시간,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사후적 편익이 적은 월드컵 구장이나 부대시설을 짓는 데 들어간 비용 등과 그로 인해 치러야 했던 기회비용을 따질 때 2002년 월드컵은 결코 남는 장사가 아니었다"고 분석했다.

○축구강국=경제강국?

골드만 삭스의 글로벌 리서치 본부장인 짐 오닐은 지난 8일 '월드컵과 2006년 경제'라는 보고서에서 1인당 국민소득(GNP)과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간 상관관계가 약 40%라고 분석했다.

냉정하게 보면 상관관계가 별로 없다는 뜻이다.

오닐은 2003년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중국이 향후 세계 경제의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내용의 브릭스(BRICs) 보고서를 주도했던 유명 애널리스트다.

또 박지성 선수가 뛰고 있는 영국의 명문 축구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을 지낸 적도 있다.

그는 보고서에서 "유럽이나 남미로 한정할 경우 그 대륙에서 경제력이 강한 나라가 축구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는 경향이 있다"며 "서방 선진 7개국(G7) 중 축구에 관심이 없는 캐나다를 제외하면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6개국이 FIFA 랭킹 20위 안에 올라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세계로 범위를 넓혀 보면 경제적 성공과 축구 성적 간에 명확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월드컵의 '덫' 경계해야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경제학)를 비롯한 일부 경제학자들이 2002년 우리나라 대표팀의 월드컵 4강 진출을 "월드컵의 저주"라 부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4강의 기적이 정부,언론,국민에게 자부심과 자신감을 심는 데 그치지 않고 경제 4강,국력 4강이 된 듯한 착각에 빠뜨렸고 흥에 취해 과도한 여유를 부리게 했다는 것이다.

경제 발목을 잡는 지뢰가 도처에 널렸는데도 정신적 충만감에 도취된 나머지 시급한 현안을 거리낌 없이 뒤로 미루어 놓기도 했다.

최근에도 사회의 관심이 온통 월드컵에 쏠리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지방선거 등 우리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주요 국가 현안들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월드컵이 가져다 준 '무형효과'도 마찬가지다.

삼성경제연구소 최순화 연구위원은 "스포츠 빅 이벤트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국가 이미지가 향상되고 그 나라의 기업 브랜드 호감도도 올라간다"며 "국가나 기업이 무형의 효과를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가려면 치밀한 전략에 따른 사후 관리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 월드컵 경제효과 '숫자'에 불과 ]

◆ 눈에 안보이는 간접효과

독일월드컵이 다가오면서 신문과 방송들은 어김없이 월드컵의 '경제적 효과'를 대서특필하고 있다.

단일 종목인 월드컵이 올림픽에 비해 몰입도가 훨씬 높다는 이유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시청자 수는 연 200억명 정도인 데 비해 독일 월드컵은 두 배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월드컵은 올림픽과 달리 경기장에 회사 광고판도 세울 수 있어 전 세계 시청자를 대상으로 기업 브랜드를 알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효과 기대론'에 따르면 독일월드컵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 비해서도 광고·홍보효과가 1.5배 이상 커질 전망이다.

연인원 시청인원도 2002년 280억명에서 350억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독일은 한·일 월드컵 때와는 달리 아시아권을 제외하곤 시차가 크지 않다는 것도 유리한 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기술 발달로 미디어 접촉이 더욱 원활해져 광고·홍보 효과가 30% 정도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여진다.

하지만 이 같은 '수치'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예컨대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의 경우 단순히 TV 노출 효과를 광고 단가로 환산한 것일 뿐이다.

월드컵 경제효과는 말 그대로 '숫자'에 불과하다.

일반 국민들에게 월드컵은,이기면 아주 좋고 져도 그만인 축구 축제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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