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반지에 얽힌 이야기 몇 가지.

하나,"단칸방 살림에 돌잔치를 했는데 친구들 예닐곱 명이 금반지 반 돈짜리를 해왔더라고요. 돈이 없어 그랬다지만 섭섭했어요. 그나마 집 장만할 때 팔아 보탰죠."

둘,"돌반지로 목걸이를 만들어 장롱에 넣어뒀는데 어느 날 보니 없어졌어요. 얼마나 속상했는지."

셋,"손자 돌잔치에 오라기에 친손자냐 외손자냐,딸이냐 아들이냐 물었더니 뭘 그리 꼬치꼬치 묻느냐고 해요.여자인지 남자인지 알아야 반지 모양을 고를 텐데 말이에요."

넷,"딸이 유치원에 들어가던 해 돌반지를 팔아 통장을 만들어줬어요.지금도 용돈을 아껴 그 통장에 넣더군요."

이런 '돌반지의 추억'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소식이다.

금값이 올라 찾는 사람이 확 줄었다는 것이다.

대신 옷이나 아기용품,미아방지용 팔찌 등을 산다고 한다.

한 돈에 8만원 가까이 한다니 그도 그렇겠다 싶지만 꼭 금값 때문만일까라는 의문도 든다.

시대 변화에 따른 추세는 아닐까 생각되기도 하고.

돌반지뿐만 아니라 회사의 각종 기념선물로 쓰이던 순금 행운의 열쇠나 메달이 돈으로 대체된다는 것도 그렇다.

첫돌 선물로 금반지를 줬던 건 1년 동안 잘 자라준 데 대한 축하와 함께 앞날의 건강과 부를 기원하는 뜻이 크지만 아쉬울 때 현금화하기 쉽다는 환금성과 무관하지 않았던 듯 보인다.

외적의 침입에 시달렸던 프랑스의 경우 아기가 첫발을 떼면 금화 한 닢을 줬었다고 하듯 우리 역시 반지 등 금붙이는 급전용으로 여겼다.

일제와 6·25를 겪은 세대는 특히 유사시 대비품으로 금붙이 만한 게 없다고 믿었다.

사업 실패 뒤 아내의 패물을 팔아 재기했다는 식의 얘기도 많았다.

지금은 아무래도 예전 같지 않다.

금값이 올랐다지만 어디까지나 요새 일이고 달러처럼 사는 값과 파는 값이 다르고 집에 두면 분실 위험만 높다.

그러니 이자도 안붙는 금반지나 행운의 열쇠보다 현금이나 실용적인 선물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셈이다.

동네 금은방도 드물고.글쎄,그래도 첫돌 선물은 금반지가 좋으려나.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