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로 깡마른 여성이 늘어나면서 '엑스트라 스몰(XS)'에 해당하는 '44 사이즈' 여성복 팔림세가 부쩍 늘고 있다.

여성복 브랜드들은 '44 사이즈' 옷의 비중을 몇 년 새 2~3배 늘렸고,인터넷 몰에는 작은 옷만 파는 전문 의류숍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대형 백화점 옷 수선실에는 '44 사이즈'가 없는 제품군의 '55(스몰)사이즈' 옷을 줄여 입기 위해 찾아오는 여성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보통 여성복의 사이즈 분류 기호는 55(스몰) 66(미디엄) 77(라지)로 구성된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44 사이즈(엑스트라 스몰) 옷은 연예인이나 일부 선택받은 몸매의 소유자만이 입을 수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일부에선 우스갯소리로 '44'가 "필사(死)의 다이어트로 사(4)랑받는 몸매"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웬만해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사이즈였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1~2년 새 44 사이즈 옷을 찾는 여성이 급격히 늘고 있다.



2001년 여성복 브랜드 꼼빠니아가 한 해 동안 판매한 옷 중 '44' 비중은 5%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5년에 와서는 15%로 늘었다.

3배나 증가한 것이다.

디자이너 브랜드의 고급 라인으로 갈수록 44 사이즈의 비중은 더 늘어난다.

백화점에 부틱 형식의 매장을 갖고 있는 여성복업체 오브제는 지난해 매출의 27.5%를 44 사이즈 옷을 팔아서 올렸다.

김주연 오브제 마케팅팀장은 "20대를 겨냥한 서브 브랜드인 오즈세컨은 작년부터 44사이즈의 비중을 45% 정도로 늘렸다"며 "이렇게 하는 것은 마른 여성이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의도적으로 '날씬한 여성들이 입는 옷'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려는 뜻도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에는 44 사이즈의 작은 옷만을 모아 파는 전문 몰이 올해 들어 스무 곳 넘게 생겨났다.

'마인스몰'(www.minesmall.com) '걸스인러브'(www.girlsinlove.co.kr) 등이 대표적인 곳이다.

이런 전문 몰에서는 모든 옷의 사이즈를 44 하나로 통일한다.

부족해지기 쉬운 상품 구색은 판매상이 동대문 상가를 돌며 디자인이 예쁜 옷을 찾아 직접 공장에 주문 생산해 갖춘다.

판매상 자신이 '44 사이즈'라는 허지해 마인스몰 사장은 "싸이월드 미니 홈페이지를 통해 조금씩 팔아봤는데,작은 옷이 생각보다 잘 팔려 인터넷 몰을 열었다"며 "사이트를 개설한 지 한 달 만에 구축 비용을 회수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44 사이즈를 못 입는 대신,'55'를 줄여 입는 여성도 덩달아 늘고 있다.

박문숙 신세계 강남점 영캐주얼 수선실 차장은 "최근 디자인이 맘에 드는 55 사이즈 옷을 구입해서 어깨를 좁혀 달라거나,품을 전체적으로 줄여서 몸에 꼭 맞게 고쳐 44처럼 보이게 해달라는 주문이 지난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