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현지 제2공장 기공식 참석차 베이징(北京)에 머물고 있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무척 서운한 기색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 회장을 대하는 중국 당국의 태도가 과거와 사뭇 달라졌기 때문이다.

17일 베이징 공항에 도착할 때만 해도 베이징시 당국이 귀빈통로에 깔끔한 유니폼 차림의 젊은 여성 50여명을 배치했고 공항을 나서자 경찰차량이 앞뒤에서 호위해 정 회장을 흡족하게 했다.

그러나 이런 환영 분위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이날 정 회장은 곧바로 제2공장 예정부지를 둘러보고 현지 관계자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며 오후 시간을 보냈고 저녁에는 시내 한 호텔에서 왕치산(王岐山) 시장 등 베이징시 관계자들과 만찬을 함께 했다.

현대측은 당초 중국 권력서열 4위인 자칭린(賈慶林) 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과의 접견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했으나 좌절됐다.

중국공산당 정치국 24인 중 1인으로 왕 시장보다 서열이 높은 류치(劉淇) 시 당 서기와의 만남도 이뤄지지 못했다.

설영흥 중국담당 부회장까지 선발대로 베이징에 도착해 중국 고위 관계자들과의 접견 채널을 열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획대로였다면 만찬장에서 자 주석, 류 서기와 건배의 잔을 들었어야 했지만 왕 시장의 환영을 받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현대차가 중국에 진출한 이래 정 회장은 수차례 베이징을 방문했고 그 때마다 권력서열 2위인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나 자 주석 등 중앙지도자들의 환대를 받았다.

현대차측은 자 주석과 유 서기가 공무로 바빠 부득이 계획을 수정됐다고 했지만 현대차에 대한 비자금과 탈세 의혹 수사로 시끄러운 국내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주변에서는 보았다.

이런 '부득이한 계획수정'은 18일에도 이어졌다.

기공식에도 류 서기 대신 왕 시장이 참석한 것이다.

현대측은 전날까지도 류 서기가 기공식에 참석할 것으로 알고 사전에 배포한 보도자료에 류 서기의 축사 내용을 집어넣었다가 행사 직전에 이를 바로잡는 해프닝을 벌였다.

이런 와중에 김하중 대사도 먼저 잡힌 다른 약속과 겹친다며 기공식 불참을 통보했다가 뒤늦게 스케줄을 변경하고 행사에 참석해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정 회장은 기공식 후 행사장을 찾은 내빈들과 오찬을 했고 저녁에는 현대차의 현지 생산법인인 둥펑웨다(東風悅達)기아의 중국측 관계자들과 만찬을 한 뒤 19일 귀국할 예정이다.

(베이징연합뉴스) 박기성 특파원 jeansa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