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2003년 7월 금융감독위원회의 외환은행 매각 결정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조사한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2003년 말 전망치)이 하이닉스와 SK글로벌의 청산 등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더라도 9.14%에 달했던 것으로 13일 드러났다.

이는 금감위에 제출돼 외환은행 매각 결정의 근거가 된 비관적 전망치 6.16%와 무려 3%포인트 가까이 차이나는 것이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금감원이 외환은행 경영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부실 은행으로 만들어 매각이 이뤄지도록 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당시 금감원 관련자에 대한 문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 수치가 맞다면 금감원은 외환은행을 부실금융회사로 만들어 헐값에 매각한 단초를 제공한 책임을 물어야 하고,틀리다면 감독기관으로서 직무를 태만히 했거나 부실을 방조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이날 당시 조사책임을 맡았던 백재흠 금감원 은행검사 1국장의 상사인 강상백 부원장보를 불러 조사했다.

또 금명간 강 부원장보에 이어 당시 김중회 부원장,이정재 금감원장 등 보고 라인의 '윗선'에 대한 조사도 실시,사전에 이 같은 사실을 알았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감사원은 이와 함께 2003년 4월 전용준 당시 경영전략팀장(구속)이 연말 BIS 비율이 2.88%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극비 보고서를 만들어 내부에 보고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 보고서가 매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작성됐는지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감사원은 일단 BIS 비율 재검증 작업에 좀더 신중을 기하기 위해 당초 이번 주말께로 예정됐던 발표시기를 다음 주말로 연기했다.

한편 감사원은 이날 신재하 전 모건스탠리 전무(현 보고투자자문 대표)를 불러 외환은행 매각 주간사 선정과 매각 과정에서의 역할에 대해 집중 조사했다.

이심기·김인식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