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까르푸가 13일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롯데쇼핑과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를 복수 선정함으로써 매각 작업이 큰 결절점을 맞았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 최대 인수.합병(M&A) 성사가 머지않은 시일안에 가시권내로 들어올 지 주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진작부터 예고돼왔던 결과다.

최근까지 신세계, 이랜드를 포함한 인수제안서 제출업체 4곳 가운데 가장 높은 인수희망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했다는 업계 소식통들의 전언이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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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홈플러스가 롯데와 나란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약간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동안 홈플러스가 롯데 다음으로 인수희망가격을 높게 제시했다는 일부 업계 관계자들의 '속삭임'이 있긴 했지만 우선협상대상자의 경우 단수로 선정하고, 차순위 예비협상대상자를 곁들이는 게 M&A의 관례라는 점에서다.

그러나 까르푸측은 막판까지 몸값을 끌어올려 득을 취하고, 아울러 잡음없이 M&A 를 성사시키기 위한 세부 계약조건을 확실하게 챙기기 위한 전략으로 이 같은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또한번의 경쟁을 통해 최대한 실리를 챙기겠다는 속내인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일각에서는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인 롯데를 비롯한 이들 인수희망 4개사가 모두 까르푸측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의 '보수적' 인수가액을 적어냈기 때문에 까르푸측이 이른바 '3차 비딩'을 시도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기류도 있다.

앞서 까르푸측은 지난 2-3월 10개여사를 상대로 1차 비딩을 시도한 뒤 몇개 업체들을 솎아냈고 이어 이달 4일 2차 비딩에 해당하는 입찰을 실시, 여기에 이들 4개사가 참여한 것이기 때문에 결국 이번 2개사 압축은 3차 비딩 격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이번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뿐 아니라 주변 업체들을 중심으로 '아무리 매각자 위주의 M&A시장이라지만 이번 경우는 사상 유례없는 M&A 프로세스로, 황당한 면이 많다'는 비판론이 비등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세부 실사를 거쳐 본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이며, 우리로서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니 앞으로 본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복수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유례가 없는 것아니냐"는 입장을 보였다.

이번 입찰에서 탈락한 모 업체 관계자도 "국제적인 상거래 관행에서 어긋나도 한참 어긋나는 일이 벌어진 것 아니냐"면서 "까르푸측이 마지막에 값을 올려달라고 요구했는데 너무 하다 싶어서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까르푸측이 롯데를 사실상 최종 매매 파트너로 내정해 놓은 상태에서 홈플러스를 형식적인 경쟁업체로 세운 채 이번 3차 비딩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금주초부터 '롯데 우선협상대상자-홈플러스 예비협상대상자 선정' 풍문이 나돌았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특히 롯데가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게 정설로 굳어져온 상황, '넘버3' 탈출을 위해 롯데가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점, 이에 맞물려 인수 불발시 롯데는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게 된다는 점 등도 그같은 시각의 근거가 되고있다.

한마디로 롯데에 대해 우위에 선 채 거래하기 위해 홈플러스를 지렛대로 삼고 있다는 시나리오다.

이런 배경에서 까르푸측은 내내 '철저한 비밀주의' 전략을 유지하며 막바지 주판알 튕기기에 여념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도 까르푸측은 차후 일정 등에 대해 아무런 입장 발표나 설명없이 '쉬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까르푸측이 롯데와 홈플러스에 대해 경쟁을 붙여 몸값을 더 올리고 계약조건을 유리하게 이끈 뒤 곧 계약 단계로 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까르푸측이 양사에 1주일간의 추가 실사와 협상 시간을 주었다는 말이 들린다"고 전했다.

이렇게 된다면 가능한 한 빨리 많은 돈을 챙겨서 한국시장에서 철수하는 게 최선으로 보이는 까르푸측은 '속전속결'로 내달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인수금액뿐 아니라 숨겨진 채권.채무 정산, 임차점포 처리, 인수대금 결제 수단 확정, 고용승계 등 세부적인 계약조건 협의를 둘러싸고 줄다리기가 늘어질 경우 매각 시간표가 적지 않게 지체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일부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최윤정 기자 uni@yna.co.kr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