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몸값을 부풀려 받고 한국시장에서 빠져나가려던 까르푸의 시나리오에 빨간불이 켜졌다.

롯데 신세계 등 한국까르푸 인수 희망 업체들이 제시한 인수가격이 기대에 못 미치는 데다 업체 간 희망가격에도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것.

업계가 추정한 까르푸의 적정 매도가격은 1조5000억원 선이었지만,까르푸측은 인수 후보 간 경쟁에 불이 붙을 경우 1조8000억~2조원까지도 챙길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주 마감한 입찰 결과 응찰금액이 그 수준을 훨씬 밑돌았다는 것.

[산업 취재기자 X파일] 까르푸 한국 철수의 '속사정' 보러가기

이에 따라 지난해 일본까르푸 매각이 6개월 이상 지연되면서 인수가격이 예상치의 3분의 1로 줄어든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까르푸가 당초 지난 11일로 예고했던 인수 우선협상자 선정을 미루고 있는 것은 기대했던 것만큼 '매각 흥행'이 성공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란 관측이다.

12일 까르푸와 매각 주간사인 ABN암로의 복수 관계자는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자 선정 작업은 ABN암로 홍콩법인에서 핸들링하고 있다"며 "어느 업체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할지 결정하지 못한 걸로 안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복수로 선정한다는 기본 원칙에는 변함이 없는 걸로 안다"며 "업체들이 제시한 희망가격이 기대에 못 미치는 데다 업체 간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사정이 어찌됐건 까르푸는 매각을 전후한 행태가 석연치 않아 비판받고 있다.

내부적으로 시장 철수를 결정한 뒤에도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발표하는 등 오로지 '몸값 끌어올리기'만을 겨냥한 위장 전술을 과도하게 구사한 것.작년 말 필립 브르냐고 한국까르푸 사장이 직접 나서 '한국시장 철수는 없다'고 말했을 때도 매각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지난달 국내 유통업체에 인수의향서를 보낸 사실이 확인된 뒤에도 매각 사실 자체를 극구 부인하던 까르푸는 이달 초 본사에서 한국시장 철수를 공식 발표한 이후에도 '잠행'을 거듭했다.

모든 매각 일정을 비공개로 진행했고,심지어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4개 업체에조차 매각 기준이나 절차 등을 철저히 비밀에 부쳐 경쟁을 유도했다.

하지만 유력 인수 주자로 꼽히는 신세계나 삼성테스코,롯데 등이 '베팅'의 판돈을 키우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당혹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