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을 한번쯤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삼성의 위상을 실감하게 된다. 웬만한 국가에서는 공항이나 도심,변두리 어디를 가도 삼성 로고가 새겨진 입간판이 눈길을 끈다. 최근에는 영국 프로축구 클럽 첼시를 포함해 각 분야 스포츠 스타의 모자,유니폼에 로고를 새겨 삼성 브랜드를 알리는 스포츠 마케팅분야까지 글로벌 시장 노출도가 크게 높아졌다. 삼성은 적극적인 글로벌 홍보에 힘입어 브랜드가치에서 경쟁 회사인 소니를 능가하는 147억달러(지난해 인터브랜드 산출 기준)로 성장했다. 이 같은 '글로벌 삼성'의 이미지 확산에는 종합 광고 및 마케팅 대행을 맡은 제일기획의 공헌이 절대적이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1973년 삼성의 광고마케팅 업무를 대행하기 위해 '하우스 에이전시'로 출발한 제일기획은 이제 삼성의 글로벌 파트너로서,세계 17위의 광고회사로 성장했다. 세계 핵심 지역에 거미줄같이 촘촘히 구축된 해외 네트워크망은 제일기획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현재 미국 영국 멕시코 독일 중국 러시아 브라질 인도 태국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등 11개 법인을 포함해 해외사업부만 총 25개에 달한다. ◆'토종'에서 '글로벌' 종합마케팅회사로 제일기획은 매출 구조나 조직 등에서 국내 광고회사 중 유일하게 글로벌 기업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2005년 제일기획의 전체 매출액(취급액)은 1조6963억원.이 중 해외부문 취급액이 8865억원으로 전체의 52.3%에 달했다. 불과 5년 전인 2000년의 해외 취급액 비중이 29.4%였던 것에 비춰볼 때 글로벌 기업으로서 제일기획이 얼마나 가피른 성장세를 보여왔는지를 엿볼 수 있다. 제일기획은 특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의 개·폐막식 행사 수주에 총력을 기울여 2010년까지 매출액은 4조원,해외 매출 비중은 61%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2010년까지 글로벌 톱10 광고회사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광고회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무엇보다 '인력의 글로벌화'가 전제돼야 한다. 광고회사의 연구·개발(R&D) 투자는 바로 '인력에 대한 투자'라는 배동만 사장의 경영철학과도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제일기획은 매년 경상이익의 5% 이상을 글로벌 인력 양성에 투자하고 있다. 2001년부터 브랜드 전문가 과정인 CPBM(Cheil Power Brand Management)을 개설,매년 40여명의 브랜드 전문가를 배출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2003년부터는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에 매년 30명씩을 연수보내고 있다. 이 밖에도 지역전문가 과정(1년),미국의 FCB 과정(1년),일본 하쿠호도 연수(6개월),해외법인 연수(1년) 등 장단기 연수프로그램이 즐비해 거의 모든 직원에게 한차례씩 기회가 돌아갈 정도다. 글로벌 인재 확보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일기획에 근무하는 외국인 인력은 지난 5년간 3.6배 늘어났다. 현재 해외 사업부에서 일하는 현지인은 400여명에 달하고 730명이 근무하는 본사에도 8명의 외국인 전문가가 포진해 있다. ◆글로벌 전략모델로 승부 지난 2월 중순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개최된 제20회 동계올림픽.토리노 공항 입국장부터 보이기 시작한 삼성 등 국내 기업의 광고판은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도로를 비롯 올림픽 경기장 주변 거리 등 토리노 시내 곳곳을 뒤덮었다. 토리노 시내 솔페리노 광장에 마련된 350여평 규모의 삼성 홍보관.40만명의 관람객이 입장한 삼성의 디지털 체험관 등은 올림픽 기간 중 최대 명소로 꼽히며 다시 한번 제일기획의 글로벌 마케팅 능력을 과시했다. 제일기획은 광고판 위치 물색에서 장소 섭외 등 지난 1년 동안 치밀하게 토리노 올림픽 마케팅을 준비해왔다. 스포츠마케팅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이벤트사업 분야에서도 제일기획은 글로벌 경쟁력을 뽐내고 있다. 지난해 범국가적 프로젝트인 'APEC 정상회의 문화행사'를 비롯 2002년 한·일 월드컵 개막식과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부산 아시안게임,2004년 아프리칸컵 축구대회 개막식 등 대규모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국제적인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마케팅은 전문가의 직감보다는 과학적인 전략 및 분석 모델이 성패를 가른다. 제일기획은 브랜드관리 모델(B-Master),브랜드가치 측정 모델,이미지 분석 모델,매체전략 모델 등 26개 전략 모델을 자체 개발,글로벌 마케팅활동에 적용하고 있다. 제일기획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광고회사로 위상을 다지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지금까지는 해외시장 진출을 포함한 제일기획의 글로벌화가 상당부분 삼성의 후광에 힘입은 바 크다. 국내시장에선 '하우스 에이전시'의 한계를 탈피해 다양한 광고주 포트폴리오를 형성했지만 해외시장에선 여전히 삼성 등 몇몇 국내 기업에 대한 물량 의존도가 절대적이란 지적이다. 진정한 글로벌 광고회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해외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 참가,광고물량을 따낼 수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 및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