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예정된 16일 오후.대법원 정문 앞에는 새만금 사업에 반대하는 환경단체 회원 10여명과 찬성하는 시민단체 회원 3~4명이 나와 기자들을 상대로 자신들의 논리를 설명하느라 분주했다. 이들은 잠시 후 대법정으로 자리를 옮겨 판결을 기다렸다. 새만금 사업을 계획대로 실시하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지자 방청석에 있던 한 시민이 일어섰다. "이번 판결은 역사가 심판할 것이다." 이에 질세라 그로부터 다섯 줄 뒤쪽에 앉아 있던 또 다른 시민이 뒤따라 일어섰다. "새만금 사업 만세,지역균형 발전 만세." 대법관 11명이 개발론을 앞세운 정부측 손을 들어줬지만 김영란ㆍ박시환 대법관은 환경단체 입장을 지지했다. 겉으로만 보면 대법원이 압도적으로 새만금 사업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다수 의견을 낸 11명 중 4명은 '보충의견'을 통해 이 사업이 보다 더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고 환경에 해를 덜 끼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할 필요성을 지적했다. 2심 재판부도 작년 12월 판결을 내리면서 "법원은 법률적인 판단을 할 수 있지만 어느 쪽이 국리민복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결정할 권한도 능력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사법부는 새만금 사업에 대한 법적 판단을 내리면서 정책을 합리적으로 운용하고 사회 갈등을 조정해 나가야 할 책임은 결국 정부에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 셈이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들에게 믿음은커녕 혼란을 주었다. 새만금 사업을 통해 생겨날 간척지의 용도에 대해 정부는 농지라고 밝힌 반면 전라북도는 복합산업단지로 쓴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 측이 이 같은 점을 공격해 오면 정부는 끝까지 "간척지는 농업용"이라고 주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국토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해 간척지의 용도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새만금 사업을 둘러싼 법정 다툼이 이제나마 종지부를 찍은 것은 불행중 다행이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갈등을 봉합하고 치유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대다수 국민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정책이 집행되지 않는다면 '제2의 새만금 사태'가 언제든지 올 수 있다. 유승호 사회부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