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는 강남역이나 명동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늙은 상권'이다.

건물들이 낡은 데다 지나다니는 유동인구도 10,20대보다는 40대 이상이 더 많다.

'젊은 피를 어떻게 수혈하는가'는 영등포 상권이 안고 있는 최대 과제다.

11일 오후3시 영등포역에서 영등포시장 사거리를 잇는 대로변.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대체로 40,50대 중년층이다.

가뜩이나 좁은 인도에는 노점상과 사주카페 등이 들어차 지나가기조차 불편하다.

대로변에 있는 가게들의 면면을 봐도 노후함이 물씬 풍긴다.

커피점 할리스와 스타벅스,요구르트점 레드망고,패밀리레스토랑 아웃백스테이크 등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점포가 띄엄띄엄 있지만 강남역이나 명동 상권에 비하면 규모가 작고 숫자도 적다.
[상권 大해부] (5) 영등포…유동인구 대부분 40대 이상

신세계백화점 옆에서 돼지갈비집을 운영하는 김지숙씨(52)는 "평일에는 회사원들이 오고 주말에는 40대 이상 나이 든 손님들이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1인당 지출액인 객단가가 1만2000원 안팎"이라며 "그 이상 고가 메뉴는 이 상권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영등포 민자역사와 신세계,경방필 백화점을 지하로 연결하는 지하상가에는 20~40대 여성들이 몰려 있다.

이에 따라 지하상가 취급상품도 의류,액세서리,화장품 등 패션제품 일색.여성용 신발 매장을 운영하는 장주영씨(39)는 "지하상가에 젊은 층 유동인구가 많지만 선뜻 지갑을 여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우리 점포는 30,40대 여성들이 주 고객이기 때문에 이들에 맞춘 실속있는 상품들을 갖춰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후 5시.계 모임 때문에 영등포를 찾았다는 김순임씨(58)는 "모임을 가지면 보통 먹자골목에서 저녁을 먹는 경우가 많다"며 "백화점 식당가는 젊은 사람들 차지"라고 말했다.

20,30대 젊은 층은 백화점에서 쇼핑하고 백화점 내 식당가에서 외식을 하는 반면 40,50대 중년층은 지하상가에서 쇼핑하고 먹자골목에서 외식을 즐기는 이중구조를 갖는 상권이란 얘기다.

땅거미가 내려앉으면서 신세계와 경방필 백화점 맞은 편 먹자골목은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감자탕,삼겹살,보쌈 식당 간판들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에 주점,성인나이트,모텔들이 공존하고 있다.

먹고 마시는 전형적인 유흥상권인 셈이다.

김우식씨(49)는 먹자골목에서만 15년째 삼겹살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상권 자체는 축소됐지만 이 일대 백화점 3곳 근무자들만 6000명을 넘어 탄탄한 수요층을 이루고 있다"며 "한달 매출이 약 6000만원에 이르고 이 중 1200만원 정도가 순익"이라고 귀띔했다.

영등포역 일대는 그래도 장사가 되는 편이지만,영등포시장 사거리쪽으로 내려가면 얘기가 영 달라진다.

밤 8시 사거리 인근 옛 '김 안과' 골목 입구 J맥주점.주인 유정숙씨(44)는 연신 한숨을 내쉰다.

2000년 10월에 문을 열어 월드컵이 열릴 때까지만 해도 한달 순익이 1000만원 가까이 되는 호황을 누렸지만,2003년부터 꺾어지기 시작한 매출이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 지금은 한달 매출 2000여만원,순익은 400만원이 고작이라는 것.유씨는 "점포를 지키던 남편이 다시 직장에 나가고 있다"며 "개점할 때 총 1억8000만원 들었는 데 지금 부동산중개업소에서는 8000만원에 내놓으라고 한다"며 혀를 찼다.

이 일대 점포들은 대체로 사정이 엇비슷하다.

2년 전부터 이 상권에 자리잡은 B갈비집 사장 김대기씨(47)는 "재래시장인 영등포시장이 경쟁력을 잃으면서 상권이 침체되기 시작했다"며 "상권은 활기를 잃어가는 데 월세는 500만~600만원으로 영등포역 앞과 비슷해 이익을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영등포 상권에 대한 보행인들의 반응은 대체로 '낡았다' '들를만한 곳이 별로 없다'는 것으로 모아졌다.

영등포역 근처에 직장이 있는 김은영씨(여·26)는 "백화점들이 몰려있어 쇼핑하기는 편리하지만 돌아다니기에는 지저분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김영진씨(24)도 "감자탕집만 많을 뿐이지 음식점이 다양하지 않고 으슥한 분위기여서 젊은이들이 놀 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낡음'이 위기이자 기회라는 시각도 있다.

영등포동 3,4가 일대 공장부지에 호텔,쇼핑시설,업무시설 등을 복합적으로 갖춘 대형 건물들이 세워지고 영등포동 2,5,7가 일대 영등포 뉴타운 개발이 10년에 걸쳐 이뤄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사업본부장은 "영등포 상권 외곽에서 개발 열풍이 불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좋은 영향을 미치겠지만 당분간은 상권 침체상황을 벗어나기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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