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법질서의 파수꾼은 누구인가? 멀지않아 어느 때,어느 곳에나 몰래 숨어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파파라치들이 그 임무를 자처하고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 이른바 파파라치들의 전성시대다. 온갖 'X파라치'라는 신조어가 양산될 만큼 그 가짓수도 어지러울 정도로 많아졌다. 이제는 아예 인기직업으로 각광받기까지 하고 있다. '쓰파라치'(쓰레기 무단투기) '식파라치'(불법·위해식품) '봉파라치'(1회용 비닐봉투) '노파라치'(노래방 불법영업) '세파라치'(탈세제보) '선파라치'(불법선거운동) '성파라치'(성매매) 등 이미 시행중인 신고포상금 제도만 60여종이다. 올들어서만 부패행위신고 위조상품신고 등에 대한 포상제가 신설된데 이어 곧 불법 토지거래를 대상으로 한 '토파라치'제도도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가 또 앞으로 얼마나 많은 포상금제도를 쏟아낼지 모를 일이고 보면,솔직히 내가 하는 행위 무엇이 불법이고,언제 어디서 과태료 고지서가 날아올지도 알수 없을 지경이다. 한마디로 파파라치들에 의한 저인망(底引網)식 감시사회,'파파라치 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포상금도 적게는 몇 만원에서부터 10억원(부당공동행위신고)에 이르는 것까지 있다. 이러다 보니 파파라치들이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돈을 받고 노하우를 전수하는 인터넷사이트까지 나타났다. 이들은 '주말 2시간 투자로 월 100만원 수입보장' '노련한 파파라치가 되면 월 1000만원 이상을 거뜬히 벌 수 있다'는 문구를 내세우고 버젓이 유료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아예 일주일 과정에 수십만원의 강습료를 받고 전문 파파라치를 양성하는 학원까지 나왔을 정도다. 이건 아무래도 지나친 모습이다. 준법정신을 높이고 시민들의 건전한 신고정신에 보답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신고포상제의 본래 목적은 온데 간데 없고 한낱 파파라치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꼴이다. 정부가 걸핏하면 포상제를 남발하는 것도 공권력이 해야 할 일을 직업적인 '신고꾼'들에게 돈주고 떠넘기면서 손쉽게 과태료 수입이나 챙기자는 과도한 행정편의주의에 다름아니다. 그래서 법이 빈틈없이 잘 지켜진다 한들 건강한 사회라고 볼 수 있을까. 또 그런 식으로 잡은 질서가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 2001년부터 2년간 시행됐던 교통법규위반 신고포상제가 교통사고를 크게 줄이는 효과를 내기도 했지만, 제도 폐지후 다시 사고율이 높아진 것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나. 결국 남는 건 서로간의 불신이고, 남의 잘못을 감시·신고해 돈을 벌어보자는 일그러진 배금(拜金)주의다. 파파라치(paparazzi)는 이탈리아어로 '웽웽거리며 달려드는 벌레들'을 뜻한다고 한다. 먹이가 없는데 벌레가 꼬일 까닭이 없다. 더구나 인권침해 논란까지 빚으면서 함정까지 파놓고 불법을 유도하는 파파라치들의 행태는, 그 자체가 몰래 숨어 남의 화장실이나 엿보는 악질적 '몰카'범죄와도 다를 게 없다. 이걸 정부가 앞장서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불법과 탈법을 없애는 것은 돈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돈으로 신고정신을 사겠다는 발상으로 '건강한 사회'를 일궈낼 수도 없는 일이다. 당장 단속실적 올리기에 편하다고 이 부처 저 부처 할 것 없이 온갖 신고포상제도나 쏟아내고 있는 것 또한 정부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추창근 논설위원 kunn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