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인 < 금융부장 >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이 론스타펀드에 팔리는 과정에서 있었던 의혹이 '게이트'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미 '외환은행게이트'니, 당시 장관이나 은행장 이름을 들어 'ㅇㅇㅇ게이트'니 하는 용어들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게이트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당시 외환은행을 미국계 펀드인 론스타에 '값싸게' 팔기 위해 국내의 '보이지 않는 손'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정부가 통계수치 조작을 통해 외환은행을 부실기관으로 둔갑시켜 헐값에 떠넘겼다'는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과도 맥이 닿는 얘기다. 최근 국회 재경위의 문서 검증반이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그런 의혹이 더욱 강해진다. 이 보고서는 여야 국회의원과 변호사 회계사 등 실무지원반이 금감위 금감원 외환은행 등의 관련 문서를 공식 검증한 결과라는 점에서 나름대로 신빙성을 갖는다. 의혹의 핵심은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을 낮추는데 '어떤 손'이 작용했는지에 있다. 당시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팔려면 부실은행이란 증거가 있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외환은행의 한 직원이 작성한 '낮춰진 BIS비율'을 근거로 외환은행이 매각된 것은 '사실'.그러나 BIS비율이 어떤 과정을 통해 낮춰졌는지에 대한 '진실'은 아직 드러난 게 없다. 정부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당시엔 외환은행 매각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는데 지금의 잣대로 판단할 순 없다는 설명이다. "근거없는 정부비판에 대해선 법적조치를 하겠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의 그런 상황론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만약 그 과정에서 편법이나 불법이 개입됐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공직자들에겐 적법한 절차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까닭이다. 따라서 정부는 "함부로 매도하지 말라"는 주장에 앞서 당시 상황과 매각과정을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소상히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국회 정무위는 지난주 '외환은행 불법매각 의혹에 대한 감사청구안'을 처리했다. 본회의에서 의결된다면 감사원은 즉각 감사에 착수해 3개월 이내에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론스타측이 외환은행의 재매각 절차를 한창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3개월을 기다리기엔 너무 늦다. 게다가 외환은행매각 당시 이사회 의장이 청와대의 고위참모로 있고,당시 행장과 현 감사원 고위관계자의 오랜 친분관계에 대한 '풍문'들이 회자되는 상황에서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액면 그대로 수긍하기 어려울지 모른다는 우려도 정치권과 금융계에서 나오고 있다. 외환은행 재매각은 향후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판도를 크게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올해 금융권 최대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그런데 3년 전의 의혹들에 발목이 잡혀 있어선 정상적인 매각을 기대하기 힘들다. 정부가 직접 해명하든지,그것이 어렵다면 검찰 수사를 통해서라도 하루빨리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수십년 전의 과거사도 정리하겠다는 마당에 3년 전 의혹을 해소 못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당시 상황이 명확하게 밝혀져야 의혹이 '게이트'로 발전하는 것을 막고, 외환은행 재매각 작업도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다. '불투명성'은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정부 고위 관계자들도 잘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