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황우석 후원금 때문에 `냉가슴'을 앓고 있다. 국내 기초과학 발전을 위해 선뜻 거액의 돈을 건네주고도 황우석 사태로 후원금을 주었다는 말을 입밖에 꺼내지도 못하고 쉬쉬하면서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황 교수의 연구비 집행 내용을 감사 중인 감사원에 따르면 황 교수에 지원된 민간 후원금 규모는 1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서 대기업 후원금은 삼성 30억원, SK 30억원, 석좌교수 급여로 지급된 포스코 지원금 6억원 등이며, 중소기업 한 곳도 1억원을 황 교수에게 후원금으로 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번 감사에서도 황 교수가 기업 등으로부터 비공식적으로 받은 것으로 알려진 지원금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어 이 부분까지 밝혀지면 민간 후원금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는 게 감사원 관계자의 추정이다. 이에 대해 황우석 후원금을 지원한 대기업들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기초연구 발전을 기대하고 순수한 뜻에서 황 교수에게 돈을 건넨 것인데, 지금에 와서는 되레 기업 이미지에도 타격을 주고 있어 조금은 억울하다는 것이다. SK 관계자는 "감사원에서 밝힌 30억원의 후원금은 3∼4년 전에 사단법인 신산업전략연구원을 통해 황 교수에게 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황우석 사태가 터지기 전에 국내 과학발전을 위해 지원한 돈 때문에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상황이 달갑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도 "서울대 등 각 대학에 매년 수십억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황 교수 개인에게 지원한 돈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감사원에서 밝힌 30억원의 출처를 확인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래된 일이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힘들지만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사실이라면 아마 계열사별로 얼마씩의 지원금을 황 교수에게 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