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랑 딸랑…." 거리마다 구세군 종소리가 울리고 빨간 자선냄비가 등장했다.

가구당 평균 3257만원의 가계빚이 있고 종합부동산세를 18억원이나 내야 하는 개인과 종부세 300억원을 납부하는 부자 법인이 있는 2005년의 12월,한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형으로 알려진 경주 최부잣집 사랑채가 복원됐다고 한다.

부자가 3대 가기 어렵다는데 조선시대 12대에 걸친 만석꾼의 비결은 최부잣집의 가훈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말라 △재산은 만석 이상 모으지 말라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흉년에는 재산을 늘리지 마라 △최씨 가문 며느리는 시집 온 지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부자였을 뿐만 아니라 9대에 걸쳐 문장가를 배출한 경주 최부자는 존경받는 명문가였다.

소작료가 만석을 넘으면 소작료를 낮춰 받고 흉년이 들면 소작료를 감해 주기도 하고 손님을 후하게 대접했다.

그리고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못 하게 함으로써 권리다툼과 사리사욕에 이끌리게 되는 것을 경계했다.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한 것은 부의 사회환원이다.

만석꾼 집안으로 시집 온 며느리에게 3년 동안 무명옷을 입힌 뜻은 집안 살림을 맡아 하는 여성의 검소함을 가르치려 함일 것이다.

물질만능의 시대를 살아가다보면 부자는 많은 이들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러나 무작정 부자를 꿈꾸기보다는 누군가 한국 최고의 부자를 물으면 경주 최부잣집을 떠올려보자.가난한 이웃에 인색한 자신을 느낄 때,아주 작은 권력이나마 자랑하고 싶을 때,분수를 잊고 부자를 흉내내고 싶을 때 경주 최부잣집의 가훈을 거울 삼아 진정한 부자의 정의를 내려보자.부자가 아니라도 부자가 미처 실천하지 못한 아주 작은 온기를 모아 세상을 따뜻하게 데울 수 있을 것이다.

강지훈 생글기자(부산 건국고 2년) namisaboy@hanmail.net